[르포] 한강변의 무법자 ‘자전거 폭주족’ 떼질주… 음주라이딩… 과속…

입력 2015-05-12 02:41

지난 8일 오후 10시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산책하던 A씨는 ‘날벼락’을 맞았다. 자전거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순간 자전거 6대가 자신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왔다. 충돌 직전 선두에 있던 자전거가 급정거해 A씨는 받히지 않았지만, 뒤따르던 자전거들이 속도를 이기지 못했다. 5중 추돌사고를 내고 나뒹굴었다.

지난 1일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던 박모(26·여)씨는 뒤쪽에서 난데없이 들려온 “비켜” 하는 고함에 옆으로 고꾸라졌다. 자전거를 타고 뒤따라오던 남성이 앞지르기를 하며 서행하던 박씨를 향해 소리를 지른 것이다. 박씨는 11일 “그럴 땐 차임벨을 눌러서 알리든가 해야 하는데 신경질부터 냈다. 정작 그 사람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강시민공원이 ‘자전거 폭주족’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서너 명이 무리를 짓거나 수십명이 단체로 ‘떼빙’(떼로 하는 드라이빙)을 하는 통에 안전사고가 잦다. 왕복 70㎞에 이를 정도로 자전거 도로가 잘 닦여 있다 보니 과속을 일삼기도 한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인파와 자전거들이 잔뜩 뒤섞여 있었다. 잠시 한눈을 팔면 자전거와 자전거, 자전거와 사람이 부딪히기 십상이었다. 사이클 복장으로 중무장한 남성 6명은 크게 음악을 틀고 바람을 가르며 ‘쌩’ 지나갔다. 주변에 아이들이 지나다녔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앞바퀴를 들고 묘기하듯 속도를 내는 운전자도 있었다. 자신은 헬멧과 보호대 등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있지만 주위 사람의 안전에는 무관심한 듯했다.

강변 산책로와 공원에 들어가려면 자전거도로를 반드시 횡단해야 하는 탓에 아찔한 장면이 속출했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지나가도 속도를 늦추는 운전자는 많지 않았다. 친구 5명과 자전거를 타러 한강에 나온 중학교 3학년 강모(16·여)양은 “뒤에서 느리게 간다고 뭐라고 하고, 빨리 가라고 채근하는 탓에 어쩔 수 없이 나도 페달을 세게 밟았다. 너무 힘들어서 자전거도로 바깥으로 빠져나왔다”고 했다.

‘음주 라이딩’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회사원 최모(30)씨는 지난달 25일 천호대교 남단 한강공원에서 여자친구와 자전거를 타다 술을 마신 채 무리지어 달리는 10여명을 목격했다. 이들은 최씨 커플을 윽박지르며 추월했는데 술 냄새가 잔뜩 풍겼다고 한다. 최씨는 “아침 일찍 경기 양주 쪽으로 라이딩을 갔다가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 같았다”고 말했다.

한강변 자전거도로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연간 200건을 웃돈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한강변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80%가 자전거 관련 사고”라고 했다.

위험천만하지만 자전거 폭주족을 막을 방법은 마땅찮다. 일반 도로와 달리 자전거 전용 및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에선 처벌 규정이 아예 없다. 일반 도로에선 자전거의 중앙선 침범, 도로 횡단 위반, 신호 위반, 보행자 횡단 방해, 앞지르기 위반에 각 3만원, 끼어들기 위반에 1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한다. 반면 자전거 전용·겸용 도로에선 모두 권고사항이다. 이렇다보니 한강변에 제한속도(전용 30㎞/h, 겸용 20㎞/h)를 알리는 안내판이 즐비해도 이를 지키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황인호 최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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