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2017년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각론’ 작업] 수학·과학 ‘학습 범위’ 논란… 학부모 불안

입력 2015-05-12 02:43
2017년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교육과정’의 윤곽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개정 과정의 전체 틀인 ‘총론’을 확정한 데 이어 세부내용인 ‘각론’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문·이과 통합교육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초등학교 소프트웨어 교육은 2017년부터, 문·이과 통합은 이듬해부터 시작된다. 현재 중학교 1학년은 고등학생이 되는 2018년 문과와 이과를 합친 교육을 받는다.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면서 각 과목의 비중, 통합 내용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14일 국어 과목을 시작으로 한 달 동안 과목별 토론회를 21차례 열었다. 1차 토론회는 12일 연세대에서 열리는 역사 과목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최종안은 1차 토론회에서 연구진이 제시한 내용을 바탕으로 2차 토론회 및 수정작업을 거쳐 9월 발표된다. 기본적 내용은 거의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각 과목의 학습 범위가 최대 쟁점이다. 특히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를 양산하는 수학이 ‘태풍의 눈’이다. 총론에서는 공부 의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학습 범위를 20% 줄이는 방안이 제시됐다. 반면 각론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습 범위가 10% 가까이 늘어났다. 수학 전공자인 일부 연구진이 ‘기하·도형의 증명’ 같은 고차원적 내용을 중학교 과정에 넣는 방안 등을 내놨다.

이 때문에 학부모단체들은 “대학 과정으로 넘어가야 할 내용이 고교 과정에, 고교 내용이 중학교 과정에 들어 있다”며 “수포자 증가 대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통합수학 범위 축소를 주장하며 10만명 서명 운동에까지 돌입했다.

통합과학도 비슷한 비판을 받고 있다. 전체 과정을 ‘운동과 에너지’ ‘물질’ ‘생명’ ‘우주와 지구’ 등 큰 틀로 나눴는데, 이름만 다를 뿐 현재 이과생이 배우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개별 과목이 합쳐지면서 학습 부담만 더 늘어난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함께 쓰는 문제도 논란을 양산하고 있다. ‘한자어를 몰라 기본적인 국어 단어의 뜻조차 유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과 ‘단어는 맥락으로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교육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기에다 소프트웨어 과목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는 코딩 교육 등 소프트웨어 과목은 초·중등 단계에서부터 의무화된다. 이 과목에 포함될 ‘C’나 ‘자바(Java)’ 등 일부 컴퓨터 언어는 현재 대학 전공자가 배우는 내용이다.

학부모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선행학습이 당연시되는 상황에서 어디까지 미리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위기다. 이를 틈타 사교육 업체들은 각종 ‘통합교육 대비반’을 개설하며 돈벌이에 나섰다. 서울 강남 등 사교육 과열지역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코딩 과외’까지 등장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