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러 “이래도 얕볼래”… PGA 플레이어스 보란 듯 우승

입력 2015-05-12 02:58
리키 파울러가 1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에서 끝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연장 네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리키 파울러(27·미국)는 과대평가된 골퍼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톡톡 튀는 패션만큼 우승을 한 횟수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파울러는 오렌지색 셔츠와 바지를 즐겨 입어 필드에서 크게 눈에 띈다. 항상 자신의 머리보다 큰 챙이 납작한 골프 모자를 즐겨 쓴다. 그런데 2010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입문한 이후 우승은 2012년 웰스파고 챔피언십이 유일했다.

동료들조차 뒤에서 수군거렸다.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닷컴이 PGA 투어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익명의 설문조사에서 ‘투어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선수’로 그가 꼽혔다. 파울러는 응답자의 24%로부터 ‘거품’이라는 평을 들며 이언 폴터(39·잉글랜드)와 함께 불명예 공동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파울러는 11일(한국시간)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이런 질시에서 벗어났다.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파72·7215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후반에만 무려 5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렀다.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친 파울러는 케빈 키스너(31·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32·스페인)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네 번째 홀에서 버디를 낚았다. 특히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 2위 조던 스피스(20·미국) 등이 출전한 ‘제5의 메이저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 180만 달러(19억6000만원)를 챙겼다.

사실 파울러는 과대평가된 선수가 아니다. 이번 우승은 그의 PGA 통산 두 번째이지만 PGA 신인상에 오르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에서는 공동 2위, PGA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3위에 올랐다. 마스터스는 공동 5위에 마크됐다. 올해도 마스터스에서 12위를 차지한데 이어 이번 대회 우승으로 랭킹이 지난주 13위에서 9위로 높아졌다. 이쯤 되면 PGA 톱 랭커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지만 튀는 패션으로 오히려 이미지에 손해를 봤다. 파울러는 “4개 메이저 대회에서 5위 안에 들었는데 충분하지 않은가보다”며 서운한 속내를 드러낸 뒤 “이번 우승은 꽤 큰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과대평가’에 표를 던진 동료들에게 일침을 놓았다. 이어 “이번 주는 행복했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한 주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2011년 한국오픈에 출전해 매킬로이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