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임시국회가 11일 시작됐지만 최대 현안인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전망이 어둡다. 4월 임시국회에서 개혁안이 무산된 원인인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50%로 상향 조정’에 대한 여야 입장이 기존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028년까지 40%로 낮아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는 내용을 국회 규칙에 명시하자는 새정치민주연합 요구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공무원연금개혁특위에서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정안만 처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포기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여야의 연금대치 국면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서로 정면충돌해 불꽃이 튀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기름을 부었다는 점이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전날 공무원연금 개혁안 우선 처리를 촉구하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릴 경우 향후 65년간 세금폭탄은 무려 1702조원이나 된다”고 압박한 게 부적절했기 때문이다. 극단적 수치를 나열한 데다 ‘세금폭탄’ ‘미래세대 재앙’ 등 원색적 표현을 구사했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사실을 호도하고 괴담 수준의 말과 허구적 수치로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도 국민을 상대로 직접 나선 청와대의 발표에 불만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은 원내대표에게 재량권을 주지 않았다고 공개 비판했다.
지금까지 여야 협상 과정에서 뒷짐만 지고 있던 청와대가 여당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국회에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나선 것은 무책임하다.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여당 지도부의 운신 폭을 좁게 만들고 야당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타당성도 없는 자극적 수치로 국민에게 ‘숫자적 폭력’을 가하는 것도 저급하다. ‘세금폭탄 1702조원’은 현행 보험료율(9%)을 조정하지 않았을 때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하나의 가정일 뿐이다. ‘세금폭탄을 피하려면 1인당 연간 209만원 추가 보험료’도 사실과 어긋난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회사와 절반씩 내기 때문에 104만5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청와대가 뻥튀기 발표로 세대 갈등을 부추기고 국민 혼란만 불러일으킨 셈이다.
야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볼모로 국민연금 부분을 끼워넣은 것은 꼼수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너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실질 소득대체율은 명목 소득대체율의 절반에 불과해 ‘용돈연금’이라는 비아냥 소리까지 듣고 있지 않은가. 청와대가 국민연금 개선 논의조차 못하게 입을 틀어막을 게 아니다. 장기 과제로 삼아 국민적 합의를 통해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도다.
[사설] 공무원연금 개혁 우선하되 국민연금도 보완을
입력 2015-05-12 0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