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취·등록세 고객에 떠넘긴 리스사, 공정위에 적발되자 가격인상 만지작

입력 2015-05-12 02:47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46)씨는 지난해 영업용 자동차 2대를 리스하면서 취·등록세 명목으로 7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김씨는 “차량 주인은 리스회사이고 나는 차량을 빌려 쓰는 사람일 뿐인데 왜 내가 취·등록세를 내야 하냐”고 따졌지만 리스회사는 “국내 모든 회사가 같은 정책을 쓰고 있다며 싫으면 쓰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 회사 사정상 차량을 구매할 능력이 안 됐던 김씨는 어쩔 수 없이 ‘남(리스회사)의 차’ 취·등록세 700만원을 대신 부담해야 했다.

자동차시설대여(리스) 영업을 하는 금융사들이 리스차량 구입 시 세금을 고객에게 부당하게 떠넘기는 등 불공정영업을 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직권조사를 통해 9개 금융사의 불공정약관을 시정했고, 이르면 이달 중 시정된 약관이 시행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9개사는 현대캐피탈,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신한캐피탈, 삼성카드, 하나캐피탈, BNK캐피탈, 롯데캐피탈,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신한카드다.

이들 9개사는 차량 가액의 7%에 해당하는 취·등록세를 리스 차량 이용자가 부담하도록 약관에 규정했다. 그러나 지방세법 규정에 따르면 리스자동차의 취·등록세 납부 의무는 모두 소유자인 리스회사가 부담하도록 돼 있었다. 2013년 자동차리스 시장 규모는 6조4171억원으로 공정위는 리스회사들이 이 같은 수법으로 수천억원 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회사는 또 리스기간 개시 시점을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정해 운영해 왔다. 신한카드 등 3개사는 이용자가 리스 차량을 실제 인도받지 않았는데도 자동차회사가 리스회사에 자동차인수증을 발급한 날을 리스 이용 시작일로 정했다. 또 고객이 차량 하자를 미리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동차 인수증이 발급됐으면 차량이 완전한 상태로 인도된 것으로 간주했다. 향후 차량 하자를 발견해도 리스회사는 보상 책임을 지지 않았다.

공정위가 이번에 불공정약관을 시정했지만 리스회사들은 취·등록세 부담을 편법으로 이용자에게 전가시키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3년 정도로 리스 기간이 긴 점을 이용해 리스회사가 취·등록세를 먼저 낸 뒤 이용자가 매달 내는 리스 이용료에 이를 나눠서 부담시키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불공정 약관을 시정한 금융사들이 월 이용료를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 경우 사실상 공정위가 대응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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