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탐험가 마르코 폴로(1254∼1324)가 저서 ‘동방견문록’을 통해 ‘황금의 땅’이라 부른 미얀마.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오후 9시50분 방송되는 ‘EBS 다큐프라임-3D 세계문명사 대기획: 천불천탑의 신비, 미얀마’를 통해 그 이유가 공개된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정재응(48·사진) PD를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EBS 다큐프라임 세계문명사 대기획 시리즈 중 ‘위대한 로마(2013)’를 제작해 국내 다큐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군부가 통치하던 미얀마는 민주화 과정 후 2011년부터 차차 개혁·개방 정책으로 선회해 막혀있던 빗장을 풀었다.
“미얀마의 문명사를 다룬 세계 최초의 다큐멘터리로 의미가 큽니다. BBC나 NHK나 들어간 팀이 없어요. 지난해 9월, 촬영하다 2D버전이 미국 채널 스미소니언에서 국내 다큐 사상 최고가인 25만 달러(2억7000만원)에 판매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부담도 됐지만 큰 힘이 생겼습니다.”
1회 ‘황금의 전설’에서 “왜 미얀마엔 황금 불탑이 많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어 전설과 역사를 통해 세계 최대의 고고학적 유적지로서의 미얀마를 소개한다. 2회 ‘버강, 위대한 왕국의 꿈’에선 미얀마 1000년 역사를 바꿨다는 버강 왕조를 다룬다. 전국 400만개에 달하는 불탑을 지으면서 당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성장기를 담는다. 실감나는 재연과 함께 고대 미얀마의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통해 ‘스토리텔링’ 다큐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3회 ‘미얀마, 비밀의 첫 장을 열다’를 통해서는 열악한 인프라와 백지상태였던 정보만으로 다큐를 제작한 촬영 뒷얘기가 방송된다. 제작은 총 22개월간 8억3000만원이 들었다. 공동제작에 참여한 미얀마 민영방송사 MRTV4가 2억원(현지에서 30억원이상의 가치)을 보태고 현지 촬영을 도왔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130개 종족, 250개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국민의 역사관을 정립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정 PD는 “실증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모든 제작 환경을 직접 구성해야 해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익숙한 곳을 해석하는 다큐도 의미가 있지만 장소 자체만으로 새로웠기 때문에 큰 도전이었다”고 했다. 정 PD는 2017년 방송을 목표로 중국 진시황제를 조명하는 문명사 시리즈 다음 편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과 앵해각서(MOU)를 맺고 4K 화질로 제작할 계획이다.
“그 시대 역사가 오늘날 시청자들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 물으실 수 있어요. ‘위대한 로마’에선 콜로세움을 검투경기장이 아닌 소통의 공간으로 해석했고, ‘미얀마’편에서는 자신의 공덕을 백성과 나누려하는 아노라타 왕에게 집중했습니다. 그의 통치철학을 보면 지금 우리 세대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메시지가 있을 거예요.”김미나 기자
‘EBS 다큐프라임’ 정재응 PD “미얀마 문명사 다룬 다큐… BBC·NHK도 못한 첫 시도”
입력 2015-05-13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