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쿠바 의장 “미국과 화해 중재한 교황에 감사… 가톨릭 신자로 돌아가는 것 고려”

입력 2015-05-12 02:53

바티칸을 방문 중인 라울 카스트로(사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난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로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대한 영감을 줬다고 칭송하면서 “가톨릭 신자로 돌아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카스트로 의장은 10일(현지시간) 바티칸을 방문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교황의 지혜와 겸손함, 모든 미덕에 깊이 감명 받았다”고 밝혔다. 또 교황의 모든 연설과 논평을 읽었다면서 “교황이 계속 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나 역시 기도하고 교회에 나가게 될지 모른다. 농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만나기 전 1시간여 동안 바티칸 내 서재에서 교황을 알현했다. 지난해 미국과 쿠바의 관계개선에 교황이 적극적 역할을 해준 데 감사를 표하고 오는 9월로 예정된 교황의 쿠바 방문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전통적 가톨릭 국가인 쿠바는 공산혁명 이후 가톨릭을 탄압해 왔지만 1998년 요한 바오로 2세의 쿠바 방문을 계기로 성탄절을 공휴일로 다시 지정하는 등 관계가 호전됐다. 카스트로 의장은 “쿠바 공산당은 신앙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것은 중요한 한걸음”이라며 “교황이 쿠바에 오면 모든 미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