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정동의 야화·야로·야사·야설에 빠져보자

입력 2015-05-12 02:06
서울 정동에 아름다운 한옥으로 지어진 주한미국대사관저가 오는 29일과 30일 정동야행축제를 맞아 정원과 공사관을 처음으로 개방한다. 주한미국대사관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현지 전통 건축양식에 따라 지어졌다. 서울시 제공
1396년 이성계의 두 번째 부인 신덕왕후 강씨의 능인 정릉이 도성 안에 조성되면서 시작된 서울 중구 정동(貞洞). 1883년 최초의 외국 공관인 미국공사관이 지어진 이후 각국 공관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서양의 외교가로 변모한다. 을미사변 이후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과 왕세자가 러시아공관으로 거처를 옮긴 ‘아관파천’의 현장이기도 하다. 헤이그 특사 파견이 이뤄진 덕수궁 중명전과 독립선언문을 비밀리에 등사했던 정동제일교회가 있는 곳. 이처럼 한국 근대문화유산이 집결된 정동에서 봄이 무르익는 5월 밤 늦게까지 걸으며 역사를 반추하고 멋과 추억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 중구(구청장 최창식)는 야화(夜花), 야로(夜路), 야사(夜史), 야설(夜說) 등 밤을 연계한 4개의 테마로 오는 29일과 30일 ‘정동야행축제’를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정동 일대의 덕수궁과 성공회서울대성당, 시립미술관, 배재학당역사박물관 등 20개 기관이 축제기간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특히 평소 굳게 문이 닫혀 있는 주한미국대사관저도 정원과 공사관을 처음으로 개방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주둔국의 전통 건축양식을 따라 아름다운 한옥으로 지어진 미대사관저 ‘하비브하우스’가 국내외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최 구청장은 “미국 대사관에 세 번 요청한 끝에 우리 전통 양식으로 지어졌고 정원이 굉장히 아름다워 한국 국민들과 교류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개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885년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 목사에 의해 세워진 신식 교육기관인 배재학당 건물을 배경으로 29일 오후 7시, 8시, 9시 세차례 현악4중주의 야외정원음악회가 열린다. 30일 오후 7∼9시에는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 40인조 오케스트라의 품격있는 고궁음악회가 펼쳐진다. 1928년 일제시대 경성재판소로 지어져 광복 후 우리나라 대법원 청사로 사용된 시립미술관 입구에선 초상화를 전시하고 돌담길에서는 전문 사진작가가 인물 사진을 찍어주는 초상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국내 최초의 감리교회인 정동제일교회와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는 29일과 30일 천상의 소리로 불리는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대한제국 선포후 황실도서관으로 사용된 덕수궁 중명전에서는 29일과 30일 퓨전 국악공연이 펼쳐진다. 시청 서소문청사 13층 정동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덕수궁 야경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덕수궁 돌담길 곳곳에서는 마당극 ‘털보상단’ 등 신나는 거리공연과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문화시설 5곳 이상 방문하고 스탬프를 찍어오면 특별하게 이름을 새긴 ‘캘리그라피’ 기념증서를 증정한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