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논쟁-이래서 찬성] ‘교육감 직선제’ 폐지 찬반 논란 재점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입력 2015-05-13 02:57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3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으면서부터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교육감 선거 당시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형이 확정되면 교육감직을 상실한다. 이 경우 공정택(2009년) 곽노현(2012년) 전 교육감에 이어 중도 퇴진하는 세 번째 서울시교육감이 된다.

조 교육감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이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찬반 논란이 재점화됐다. 새누리당과 보수단체들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내세우며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교육감 선출방식을 보완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감 선거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앞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해 8월 교육감 직선제 위헌소송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바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진보단체들은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지방교육자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직선제 폐지는 역사적 퇴행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직선제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교육의 자율적 영역을 구축하는 제도라고 강조한다. 핫이슈로 떠오른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관한 찬반양론을 교총과 전교조로부터 들어본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이래서 찬성-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낙마 위기에 처하면서 교육감 직선제 폐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87년 이후 사회 전반에 정착된 민주화 분위기 속에서 2006년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으로 이뤄진 교육감 직선제는 도입 당시만 해도 획일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지역 특색을 반영한 교육의 다양성을 접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도입 10년이 지난 현재 법리적 위헌성과 많은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다. 따라서 교육감 직선제의 법리적 위헌성과 현실적 폐해를 지적하고 폐지를 주장하고자 한다.

첫째, 법리상 위헌성을 갖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는 지방자치 원리와 민주주의 가치에 경도돼 헌법 31조 4항에서 규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고귀한 헌법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헌법에서만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감 선출방식에 고도의 정치행위인 직접선거가 접목되면서 그 과정에서 진영논리나 정치세력, 시민사회단체가 개입하거나 특정 정당과의 연계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기도 하는 등의 불법행위가 난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둘째, ‘고비용 저효율’의 선거방식을 들 수 있다. 지난해 6·4지방선거 당시 교육감 후보 1인당 선거비용은 10억40만원으로 시·도지사 후보 1인 평균 7억6300만원보다 30%가량 많았다. 이는 정당 지원이 가능한 정치선거와 달리 후보자 개인이 선거비용과 선거운동을 부담하는 구조로 인해 부정과 비리 개입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서울시교육감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각종 비리와 불법으로 그 직을 그만두게 되거나, 낙선했더라도 선거과정에서 불법이 확인될 경우 선거보전비용을 반환해야 하는데 반환금 환수가 되지 않은 95억원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폐단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등 사회·교육 구성원 간 통합과 교육정책 발전의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선거를 통해 선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진영 간 경쟁으로 비화되고 단일화 명목으로 진영논리를 강요하게 되면서 유권자는 물론 교육 구성원 간 갈등을 조장한다. 또한 당선을 위한 무리한 포퓰리즘 공약 남발로 당선 이후 교육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각 진영의 이념적 정책들이 추진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학교 현장을 힘들게 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넷째,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점차 직선제를 폐지하고 있는 세계사적 흐름에 역행한다. 직선제 부작용 때문에 많은 선진국에서는 교육감을 직선방식으로 선출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지방의회 임명제, 독일과 핀란드는 지방자치단체장 임명제, 프랑스는 대통령 임명제, 일본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한 교육위원회에서 교육감을 선임하고 있다. 미국도 50개 주 중에서 13개 주만이 주민직선제로 교육감을 선출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우리보다 더 발달된 선진국들이 직선제가 갖는 폐해를 역사적 경험을 통해 확인하고, 교육감으로 교육전문가를 임용하는 흐름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동일한 비정치기관장인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에 대해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면서 직선이 아닌 임명제로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도 이는 입법자 재량을 넘어선 남용 소지가 크다.

이 같은 관점에서 비교육적인 정치선거 방식의 교육감 선거,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돼야 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넘어 독립을 보장받고, 대한민국의 학교교육이 교육 본질에 입각한 교육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기본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는 교총이 제기한 직선제 위헌소송에 대해 조속히 결정을 내려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