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여전히 정전 협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12일 메르켈 총리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 내 친러 반군 사이의 무력 분쟁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이끌어낸 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평화적 해법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며 “오래 걸리고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올해 들어서만 2번의 정상회담과 16차례의 전화통화를 했으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격화됐던 지난해는 4번의 회담과 34차례의 통화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러시아와 서방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 푸틴 대통령과 함께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에 있는 2차 세계대전 무명용사 묘를 방문해 헌화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전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에 항의하는 의미로 불참했다.
답보 중인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직접적 해결 방안을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메르켈 총리의 이번 모스크바 방문은 복합적인 노림수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우선 메르켈 총리가 2차대전 당시 독일과의 전쟁에서 숨진 이들이 묻혀 있는 무명용사의 묘를 방문한 것은 나치 독일의 과거와 진지하게 마주하는 자세를 나타내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의 많은 정상들과 달리 메르켈 총리만 모스크바를 찾은 것은 이처럼 2차대전 전범국이란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유럽 최대의 경제국으로서 독일의 보다 확대된 역할을 우크라이나 사태 등 유럽이 직면한 문제에서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메르켈 총리의 방러에는 이처럼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전하면서 러시아와 독일의 외교 당국자들이 이면에서 물밑 협상을 했다고 익명의 독일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WSJ는 메르켈 총리가 이번 방문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러시아 현지 인권단체나 야당 등과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메르켈-푸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논의
입력 2015-05-11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