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의 EG 계열사 노조 분회장 “정규직화 승리” 유서 남기고 숨져

입력 2015-05-11 02:46
박지만씨가 회장으로 있는 EG그룹 계열사 노조분회장이 ‘정규직화 소송, 해고자 문제 승리해 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일 오전 7시50분쯤 전남 광양시 마동 가야산 중복도로 공원에서 EG그룹 계열사 EG테크 양모(48) 분회장이 나무에 목을 매 의식을 잃은 것을 양씨의 아내가 발견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했으나 양씨는 숨졌다.

양씨의 승용차에서는 자필로 작성된 A4 4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박지만 EG그룹 회장과 양씨의 가족, 노조, 지인 등에게 각각 나눠서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는 유서에 “똘똘 뭉쳐 끝까지 싸워서 정규직화 소송, 해고자 문제 꼭 승리하십시오. 저를 화장해 제철소 1문 앞에 뿌려 주십시오”라고 적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회장에게 “회사 현장에서는 수많은 노동자가 박봉에도 뜨거운 로스터 주위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불평 한마디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진정 인간다운, 기업가다운 경영인이 돼 주십시오”라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는 1998년 EG테크에 입사한 뒤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산화철 폐기물 포장 업무를 하다가 2011년 4월 해고됐다. 2012년 11월 해고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받아 지난해 5월 회사로 복직했으나 지난 1일 2차 정직 처분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노조와 유가족들은 장례일정을 논의한 뒤 11일 오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유서 공개 등을 계획하고 있다.

광양=김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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