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동시’ 논란을 일으킨 10세 소녀 A양의 동시집 ‘솔로강아지’가 결국 전량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출판사의 회수·폐기 결정에 반발해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 이를 막아 달라며 가처분신청을 냈던 A양의 어머니가 이를 철회하기로 했다. A양의 어머니인 시인 김바다(42)씨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더 이상 논란이 확산되는 걸 원치 않는다”며 “11일 가처분신청 취하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작은 파문을 남긴 채 이 시집의 ‘거취’는 일단락됐다. 문제가 된 시 ‘학원 가기 싫은 날’은 출판되면 어린 독자들이 읽는다는 점에서 사회가 용인하는 선을 넘어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현상을 차분하게 고민할 여유를 허락하지 않고 초등학생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평가를 쏟아낸 사회 분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남았다.
‘학원 가기 싫은 날’이 논란에 휩싸인 건 ‘엄마를 씹어 먹어’ 등 충격적인 표현과 잔인한 삽화 때문이었다. 인터넷에는 아이와 부모를 비판하는 글이 쇄도했다. 동시에 책에 실린 나머지 시 57편에 대해선 정반대 평가도 나왔다. ‘강아지가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다/ 외로움이 납작하다’고 쓴 ‘솔로강아지’ 등이 알려지자 A양의 시적 재능을 호평하는 이들도 늘었다.
이 시집은 A양 가족이 함께 펴낸 4번째 책이다. 유치원 때부터 시 쓰기를 즐긴 A양은 이번 일로 충격을 받아 평생 시를 쓰지 않겠다며 엄마에게 ‘절필선언’을 했다고 한다.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류웅재 교수는 “출간된 텍스트는 독자와의 소통을 목표로 하고 동시의 독자층이 어린이란 점에서 이 시집은 민감한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시 한 편만 보고 성급하게 확대 해석해 여론재판하듯 아이를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불편함’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것은 A양의 시가 동시와 동심에 대한 기성세대의 기대를 벗어났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문학평론가 이재복 교수는 “동시가 ‘어린이다운’ 관점에서 순수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야 한다는 어른들의 고정관념이 A양의 남다른 감성과 충돌한 것”이라며 “어른의 관점으로 아이의 표현을 제한하는 게 오히려 동심을 해치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 김 시인은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 송구스럽다”며 “딸의 시는 우리 현실에 대한 비판적 우화라고 생각한다. 시를 읽은 뒤 아이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 편에서 생각하게 됐다는 엄마들도 있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김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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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잔혹동시’ 논란 ‘솔로강아지’ 저자 부모 전량 폐기 동의… “딸 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우화”
입력 2015-05-11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