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만간 홍준표 경남지사를 불구속 기소하기로 가닥을 잡고 막바지 보강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경우 통상 수수액 ‘2억원 이상’을 구속영장 청구 기준으로 삼아왔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검찰 간부들 사이에서는 사회·정치적 파장이 큰 ‘성완종 리스트’ 8인 중 첫 피의자라 해도 1억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구속 수사하는 것은 전례에 비춰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별수사팀이 홍 지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법정에 세우는 것은 확정적이다. 지난 8일 소환조사 이전에 이미 “홍 지사의 진술은 중요하지 않다”고 자신할 정도였으며, 실제 조사에서도 돈을 받은 날짜와 장소에 대해 묻지도 않았다고 한다. 수사팀은 10일 “홍 지사의 소환 당일 변명은 우리 예측 범위 내에 있었다”고 말했다. 기소를 전제로 불구속 수사냐, 구속 수사냐에 대한 결정만 남겨둔 셈이다.
수사팀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1년 6월 줬다는 1억원의 성격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본다. 현재까지 확보된 진술과 물증으로는 1억원의 대가성을 입증해 뇌물로 의율하긴 어렵다는 게 수사팀 판단이다. 성 전 회장도 마지막 언론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을 사랑해 아무 조건 없이 돈을 줬다”고 말했다. 그가 그 다음해에 열린 총선에서 공천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돈을 줬다는 참고인 진술도 있지만, ‘공천 헌금’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왔다. 검찰 수뇌부는 수수액 1억원을 갖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차후 정치자금법 위반 사안에 대한 영장 청구 기준이 대폭 낮춰질 것이란 점도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수는 수사팀 의견이다. 수사팀은 홍 지사 진술과 증거 관계 등을 검토한 뒤 이번 주 중 신병처리 방안을 보고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는 구속영장 청구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재판에서의 공소 유지를 위해서라도 홍 지사와 핵심 참고인들을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담겼다. 수사팀이 윤 전 부사장과 접촉한 홍 지사 주변 인물들을 연이어 불러 조사한 것도 홍 지사의 증거인멸 교사 정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려는 차원에서다. 영장 청구를 위한 ‘명분 쌓기’로도 읽힌다.
수사팀 관계자는 “전례와 기준만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하는 게 아니다. 상식이란 것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검찰 간부는 “수사팀은 수사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숲’을 보는 사람들은 (관점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17시간 조사를 받고 귀가한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사진)에 “20년 정치를 했지만 1억에 양심 팔 만큼 타락하지 않았다. 내 명예는 끝까지 지킨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성완종에 대한 무리한 수사로 그를 자살에 이르게 한 검찰이 또다시 수사를 무리하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10일 서울 자택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서는 “검찰이 정치 브로커의 농간에 놀아나 짜깁기 수사를 하고 있는데, 그건 수사의 정도가 아니다”며 강하게 검찰 수사를 비난했다. 검찰의 기소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외곽 여론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그는 “새로운 의문이 생기면 언제라도 상경해 소명하겠다”며 경남도청이 있는 창원으로 내려갔다.
지호일 이경원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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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11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