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 이후 나흘 만에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은 양측의 입장차만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연말정산 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누리과정 재원마련을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안 처리 등 서로 ‘급한 불’만 겨우 껐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난항 예상=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는 10일 상견례를 겸한 첫 회동을 4시간 넘게 진행했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문제는 오래 논의되지 못했다고 한다. 양측의 견해차가 워낙 첨예한 데다 새누리당의 경우 당내 이견도 조율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애초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오리라는 기대는 작았다.
양측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이 명기된 실무기구 합의문과 이를 ‘존중한다’고만 돼 있는 양당 대표, 원내대표 간 합의문을 모두 존중해 계속 논의하다는 내용만 겨우 도출했다. 양측의 입장을 모두 반영한 문구다. 이 문제를 다룰 다음 회동 일정도 잡지 못했다.
여야는 오히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문제를 놓고 1시간30분가량 시간을 끌었다고 한다. 야당이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지만 새누리당은 “시행령은 정부 소관”이라고 맞섰고, 결국 양당 간사가 합의한 일정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를 열어 문제점을 논의하는 수준에 그쳤다.
◇긴장감 속 열린 탐색전=여야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서울대 76학번 동기라는 인연을 언급하며 파트너십을 강조했지만 분위기는 긴장감이 넘쳤다.
유 원내대표는 “우윤근 전 원내대표에 이어 76학번 동기를 협상 파트너로 모시게 돼 마음이 편하다”며 “개인적인 접촉은 많지 않지만 이 원내대표의 고교 동기 친구를 많이 알고 있다. 친근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사자성어 ‘구동존이’(求同存異·같은 것을 추구하되 다름은 남겨둔다)를 언급하며 “그만두는 날까지 서로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나가 국민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 큰 틀의 합의 정치를 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도 “동문수학했던 학우로 서로 존경하는 사이”라며 덕담으로 시작했다. 그는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한 사과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거기까지였다.
이 원내대표는 “지금 신뢰의 파괴가 이뤄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반의회주의적 폭거라는 얘기가 우리 당에서 나온다”고 각을 세웠다. 이어 “국민연금 공공성 강화에 대한 여야 합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사과도 요구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급한 불’만 겨우 껐다… 원내대표 첫 회동
입력 2015-05-11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