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농사는 프로배구의 절반을 차지한다. 6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포인트를 따야 하는 프로배구에서 주포인 용병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져 갔다. 많은 팀들이 삼성화재의 ‘몰빵 배구’를 욕하면서도 그들 역시 비슷한 공격패턴으로 따라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그래서 각 팀은 세계적인 공격수를 데려오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팬들이 알 만한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200만 달러를 들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50만 달러면 가능한 선수들이었다. 국제 배구계에서는 한국을 이미 ‘봉’으로 알고 용병 몸값 부풀리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빼든 카드가 트라이아웃이다. 용병들을 특정 장소에 소집해 기량을 봐가며 팀별로 선수들을 뽑는 방식이다. 지금처럼 자유경쟁에 의해 암암리에 뽑는 경우와 달리 부풀려진 몸값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다.
남자팀은 내년부터 이같은 트라이아웃 방식으로 용병을 뽑아 2016-2017 시즌부터 적용하게 된다. 자유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 남자부 각 팀들은 최고의 용병을 뽑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예선이 연말과 내년 초에 몰려 있어 미리 계약한 선수가 자국 대표팀에 차출되면 전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일부 팀은 가계약 형태로 잡아놓은 상태에서 또 다른 선수를 물색하는 등 각 팀 프런트가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LIG손해보험은 2012-2013시즌 대한항공에서 뛰었던 마틴(슬로바키아)과 가계약한 뒤 브라질의 또 다른 선수와 접촉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주포 시몬(쿠바)과 재계약했고, 대한항공도 산체스(쿠바)와 3년째 손을 잡았다.
앞서 여자부는 이달 초 미국 애너하임에서 미국대학출신 선수들을 대상으로 트라이아웃을 실시해 이미 선수 선발을 마쳤다.
1순위는 KGC인삼공사에 지명된 헤일리 스펠만(22·198㎝)이다. 국내에 드문 왼손잡이 오른쪽 공격수라는 점이 매력이다. 2순위 GS칼텍스는 캐서린 벨(22·188㎝)을 뽑았다. 이선구 GS칼텍스 감독은 벨을 센터와 라이트 포지션에서 번갈아 기용할 방침이다. 3순위 흥국생명은 미국 대표팀 상비군 소속의 테일러 심슨(22·188㎝)을 선택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디펜스가 잘 갖춰진 레프트를 뽑는 게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4순위 현대건설 역시 공격과 수비에 능한 에밀리 하통(22·188㎝)을 호명했다. 5순위 IBK기업은행은 장신의 리즈 맥마혼(22·198㎝)을 지명했고, 도로공사는 레즐리 시크라(25·194㎝)를 선발했다. 이호 도로공사 감독은 “팀에 부족했던 높이를 보강하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용병 몸값 거품 뺀다… 트라이아웃 도입
입력 2015-05-12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