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러 전승행사서 北 김영남과 접촉… 남북관계 돌파구 되나

입력 2015-05-11 02:33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뒷줄 원안)이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행사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앞줄 원안) 등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접촉한 것으로 10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윤 의원은 모스크바 롯데호텔 숙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붉은광장에서 펼쳐진 군사 퍼레이드 이후 인근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는 과정에서 김 상임위원장과 약 다섯 차례에 걸쳐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김 상임위원장에게 대통령 특사로 왔다고 소개하고 명함을 건넨 뒤 얘기를 나누면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와 진정성에 대해 설명했다”면서 “이에 김 상임위원장은 ‘진정성이 모이면 잘될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설명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또한 “윤 의원은 김 상임위원장과 자연스럽게 조우하는 기회가 있었다”며 “윤 의원은 ‘남북관계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일반적인 언급을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오전에 열린 ‘무명용사의 묘’ 헌화 행사에서 먼저 김 상임위원장을 찾아 말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뫼비우스의 띠 같은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이에 김 상임위원장은 “분열을 그만두고 평화와 통일의 길로 가자”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첫 조우 이후 행사 일정에 따라 수시로 만나 간단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만 접촉 시간이 짧은 데다 타국 정상들도 동석한 탓에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방러 전 박근혜 대통령에게 김 상임위원장과의 접촉과 관련한 지시를 받지 않았으며 북측에 전달할 친서도 가져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러시아에서 접촉함에 따라 남북관계의 회복 국면이 본격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지금까지 ‘정치색이 없는 민간 차원의 교류는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접촉을 계기로 당국 간 대화 및 정상회담 추진 등 접촉면을 더욱 넓히는 방향으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다만 북측이 우리 정부의 관계 개선 시도에 대해 지난 주말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 및 함대함미사일 발사 훈련 등 무력 도발로 응수하는 등 ‘찬물’을 끼얹고 있어 관계 회복을 기대하기란 아직 이르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수교 25주년을 맞아 한·러 관계의 발전을 희망한다’는 내용을 담은 친서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