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北 동해서 ‘잠수함 미사일’ 발사… 南·美 보란 듯 ‘협상용 시위’

입력 2015-05-11 02:49

북한은 9일 전략잠수함의 탄도탄(SLBM)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밝혔다. 또 북한은 이날 오후 4시25분부터 5시23분까지 함경북도 원산 호도반도 부근 해상에서 북동쪽으로 KN-01 함대함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앞서 북한은 두 차례 서해에서 우리 함정이 자신들이 설정한 해상분계선을 침범했다며 ‘예고 없이 직접 조준타격’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이 갑자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수위를 한껏 높이는 것은 남북관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남북관계에 주도권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또 북한의 끊임없는 대화 구애에도 ‘진정성 있는 자세’를 요구하며 꿈쩍도 하지 않는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속내도 들어 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김동엽 교수는 10일 “북한의 함대함 미사일 시험발사와 전략잠수함의 탄도탄 수중 시험발사는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며 “현 상황에 대한 국면 돌파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함대함 미사일 발사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북한이 해온 미사일 성능개량실험의 연속이지만 ‘조준 타격 위협’ 메시지를 우리 군과 청와대에 보낸 직후 나왔다는 점에는 무력시위 성격이 더 짙다.

북한은 경고성 발언이 단순한 수사성 위협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남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최근 정부가 ‘광복 70돌, 6·15공동선언 발표 15돌 행사’를 남북 공동으로 실시하는 것과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요구사항에는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SLBM 수중시험발사 사실을 공개한 것은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SLBM은 탐지가 어려운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것으로 상대방이 눈치 채지 못하게 언제 어디서든 기습적으로 공격할 수 있어 완전한 전략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시험발사는 8일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역에서 실시됐으며 미사일은 100m 정도 날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이 미사일을 KN-11로 명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SLBM 시험발사 사실을 공개한 것은 그간 개발해온 대포동 1, 2호 발사와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더 위협적인 공격무기체계를 갖출 계획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위성을 포함한 각종 정찰장비로 북한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는 미국에 ICBM은 발사 상황이 사전에 포착되고 또 미 본토까지 이르는 데 시간이 걸려 방어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잠수함에서 쏜다면 차원이 달라진다. 미국이 눈치 채지 못하게 괌이나 하와이의 미군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자제하고 국제적 의무와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라”고 주문했다.

내부 불만을 무마할 필요도 있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핵·경제 병진 노선’을 천명하고 경제생활 개선을 약속했지만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주민 불만을 무력시위를 통해 완화하려는 계산도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군은 11일 오전 북한의 잇따른 도발 위협과 우리 군의 안보태세 점검을 위한 긴급안보대책 당정협의를 국회에서 갖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