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합격률 계속 떨어지는 ‘제2 기회’… 검정고시 난이도 딜레마

입력 2015-05-11 02:43

지난해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대입을 준비하는 이모(20)씨는 학교이탈 청소년이었다. 이혼을 한 일용직 아버지와 고시원을 떠돌다 고교 1학년 때 자퇴했다. 오랫동안 간직한 꿈이 있었기에 고시원에 틀어박혀 게임에 열중했던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벗어날 수 있었다. 이씨는 자신을 이끌어준 상담사의 영향으로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었다.

첫 난관은 검정고시였다. 복지기관에서 만난 대학생 자원봉사자로는 기초학력 부족을 메우기 어려웠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고 천신만고 끝에 ‘턱걸이’를 했다. 하지만 공부하며 만난 친구들은 시험조차 안 봤다. 이씨는 “(친구들은) 학교에 이어 다시 좌절하기 두려워했다. 매년 검정고시가 어려워진다던데 좌절하지 않았으면…”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정규 교육과정을 이탈한 이들에게 검정고시는 ‘제2의 기회’다. 이씨처럼 학교를 중도에 그만둔 학생들에게 검정고시 합격은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검정고시의 문은 매년 좁아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도 제1회 초·중·고 검정고시 합격률이 66.81%라고 10일 밝혔다. 이 합격률은 2013년 73.23%, 지난해 67.73%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고졸 합격률의 낙차가 컸다. 4968명이 응시해 3035명이 고졸 자격을 취득해 합격률은 61.09%에 그쳤다. 2013년에는 10명 중 7명(합격률 69.43%)이 붙던 시험이었지만 지난해 62.43%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겨우 60%를 넘었다.

전문가들은 합격률 하락의 원인으로 선택과목 축소 등을 지목한다. 고졸 검정고시의 경우 올해 선택과목을 2개에서 1개로 줄였다. 수험생들은 국어·영어·수학 등 까다로운 과목에서 잃은 점수를 선택과목에서 보충했었다. 검정고시는 평균 60점이면 합격이다.

또 과거에는 기출문항을 약간 변형해 출제하는 ‘문제은행’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학교급별로 차등을 두고 있다. 초졸 시험의 50%, 중졸 시험의 30%는 문제은행 방식 출제지만 고졸 시험은 대부분 새로운 문제다.

검정고시가 어려워지고 있는 배경에는 교육 당국의 ‘공교육 정상화’가 자리 잡고 있다. 내신 성적이 나쁜 학생이 자퇴하고 검정고시에 응시하거나 조기에 졸업자격을 취득해 대입에 집중하려는 사례가 잦아지자 이를 막으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진로진학 교사는 “조금 힘들면 자퇴하고 검정고시 본다는 아이들이 있는데 시험이 좀더 까다로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령자·학교이탈 청소년 등을 감안해 무작정 난이도를 높여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올해 검정고시에선 역대 최고령 합격자가 나왔다. 고졸 시험에 도전했던 이종암(88)씨는 전산으로 기록 확인이 가능한 2003년 이후 최고령 합격자다. 이씨는 지난해 중졸 검정고시도 합격해 2년 연속 최고령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1927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그는 해주 심상소학교(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해주사범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했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