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명문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에서 최근 통과된 한 박사논문이 현지 학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인 내셔널포스트와 미국 타임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제를 모은 까닭은 149쪽에 달하는 이 논문에 쉼표나 마침표 등 영어에서 사용되는 언어기호가 하나도 달려 있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소문자, 대문자 구분도 없고 글씨 크기도 강조되는 글은 폰트를 크게, 아닌 글은 작게 처리하는 등 표현 자체가 통상적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구술에 가까운 글이었다.
이 논문을 쓴 사람은 패트릭 스튜워트(61)라는 박사과정 학생이다. 그는 캐나다 원주민 니스가아족 출신으로, 원주민 건축과 관련해 다수의 수준 높은 건물을 디자인한 유명 건축가이기도 하다.
그는 이런 논문에 대해 서문에서 “원주민 고유의 문화가 존중돼야 한다는 점과 서구의 식민주의에 대해 상기시킬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아울러 학계의 무조건적인 영어 사용 관행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또 “내가 기존 논문 작성법을 몰라서가 아니고 해체주의자로서 문법적 저항의 일종으로 받아들여달라”고도 말했다. 그의 논문 주제는 ‘원주민의 지식을 통해 이어져온 원주민식 건축 방식’으로 원주민 건축문화의 중요성을 다뤘다.
당초 그는 논문 초고를 아예 니스가아 원주민 언어로 썼었다. 하지만 지도교수들이 그를 불러 전부 다 영어로 번역하지 않으면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하자 결국 영어로 쓰되 자신만의 글쓰기로 다시 저항한 것이다.
이번 논문의 형식도 논란이 컸지만 학교 측은 거듭된 회의 끝에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손병호 기자
[월드 화제] 마침표 없는 영어논문, 만장일치 통과된 이유
입력 2015-05-11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