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임원·출자금 변경등기 때마다 서류 수십∼수백장 필요… 꿈쩍도 않는 협동조합 ‘손톱 밑 가시’

입력 2015-05-11 02:35

박근혜정부는 2013년 140개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그중 협동조합과 관련, “누구나 쉽게 협동조합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됐지만 당시만 해도 협동조합 설립이 지지부진하자 정부가 규제 완화 등 지원에 나선 것이다. 2년이 지난 지금 협동조합은 누구나 쉽게 운영할 수 있게 됐을까?

부동산광고마케팅협동조합 김정훈 이사장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여전히 협동조합은 ‘아무나 운영할 수 없는’ 버거운 일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4월 조합원 35명과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불과 6개월이 지난 같은 해 12월 협동조합을 그만둬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임원이 바뀌어 변경등기를 해야 했는데 행정 절차가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다. 임시총회 의사록을 공증받아야 했는데 총회 참석자 전원의 인감증명서, 위임장, 인감도장이 필요했다. 김 이사장은 “나도 생업에 바쁜데 매년 두세 차례 변경등기를 할 때마다 어떻게 일일이 조합원의 인감증명서 등을 받으러 다니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협동조합은 일반 법인처럼 임원, 출자금, 정관 등이 바뀔 때마다 변경등기를 해야 한다. 우선 과반수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총회를 열어 변경 내용을 승인하고, 총회의사록을 공증받은 후 변경등기를 신청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임원 변경등기를 할 경우 총회의사록 공증을 받는 데 11종, 등기 신청에 13종의 서류가 필요하다. 이 중 가장 까다로운 절차는 공증이다. 공증 제출 서류 중엔 임시총회 참석자 전원의 인감증명서, 위임장, 인감도장이 있다. 조합원 수에 따라 많게는 100여명의 인감증명서, 위임장을 이사장이 받아 제출해야 하고 변경등기에 필요한 서류만 수백 건이 될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당시 과도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2011년 기재부는 법무부에 협동조합의 공증, 등기 절차를 간소화할 것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를 반려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협동조합의 공증, 등기 절차가 단순화될 경우 협동조합 운영 과정에서 법적 문제가 제기됐을 때 해결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협동조합창업지원센터 김성오 이사장은 “공증, 등기 절차가 법적 문제 때문에 개선되기 어렵다면 조합원 200인 이상 협동조합에 허용하고 있는 대의원 제도를 50인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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