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속철도가 첫 해외진출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현대로템 현대건설 등 민간기업과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고속철 수주지원단(단장 국토교통부 여형구 2차관)은 11일부터 5박7일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방문한다. 올해 말쯤 사업 공고 예정인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 사업 수주를 위해 한국 고속철 기술력과 안전성을 알리는 홍보·수주지원 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다. 수주지원단은 방문기간 동안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한국철도기술세미나를 개최하고, 양국 관계자들과 면담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 사업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 330㎞(말레이시아 구간 300㎞+싱가포르 구간 30㎞)를 잇는 프로젝트로 사업비만 120억 달러(약 13조764억원)에 달한다. 주요 해외 고속철 사업을 휩쓸고 있는 중국 일본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은 이미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현지에 캠프를 차리고 물밑 수주 작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봄바르디아(캐나다) 알스톰(프랑스) 지멘스(독일) 등 글로벌 철도차량 제작사들도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 고속철은 2004년 KTX 경부선 개통 이후 국산화를 추진한 지 10년 넘었지만, 아직 해외 수주 실적이 없다. 고속철 사업은 고속철용 철도 건설 및 보수, 객차 제작, 운영 시스템 개발 등이 종합적으로 결합된 사업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10일 “엄청난 규모의 재정보증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종합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고속철이 국산화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 해외수주 실적이 없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 수주전은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주전을 지원하려는 정부의 의지도 강하고 기업들도 모처럼 힘을 내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1일 광주 송정역에서 열린 호남고속철도 개통식에는 하밋 알바르 말레이시아 육상대중교통위원회(SPAD) 위원장이 참석했다. SPAD는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와 함께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사업을 발주하는 기관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개통식 축사에서 “연간 20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철도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SPAD 실무자들은 지난해 12월 방한해 현대로템 등과 접촉한 바 있다.
전 세계 고속철 시장은 연간 200조원 규모로 주요 국가들이 대부분 굵직굵직한 고속철 건설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인도는 2020년까지 인도 전역을 고속철로 연결하는 618조원 규모의 대규모 고속철 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미국도 2029년까지 로스앤젤레스(LA)와 샌프란시스코 간 1287㎞를 고속철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브라질은 몇 차례 무산됐던 511㎞의 고속철 입찰을 재추진하고, 터키도 606㎞ 길이의 고속철을 건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 세계 고속철 시장의 50%는 중국 업체들이, 18%는 일본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기획] “KTX는 해외로 달리고 싶다”… 첫 수출길 뚫기 시동
입력 2015-05-11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