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가 없어요” 나주 배 착과 불량 비상

입력 2015-05-11 02:01
전국 최대 배 산지인 전남 나주지역 농민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착과(着果)불량으로 배 열매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0일 나주시와 배 재배농가 등에 따르면 조생종 신고배 밀집지역인 금천과 노안, 공산 등의 배 재배단지에 착과가 원활하지 않아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배 열매를 솎아내기 바빴는데 올해는 나무에 달린 열매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나주시와 배원협, 농촌진흥청 배연구소 등의 배 전문가 8명이 최근 7농가를 표본 조사한 결과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70%의 면적에서 착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착과불량에 대한 원인파악도 명확하지 않다. 예년의 경우 개화기 전후의 저온이나 냉해현상으로 착과불량이 발생했으나 올해 양상은 이와 다르다.

나주시 등은 개화기의 일교차가 극심해 배 열매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배꽃이 만개한 지난달 11일 나주지역 최고와 최저 기온은 각각 22.3℃도와 1.7℃도로 일교차가 20℃를 넘었다. 인공수분이 이뤄진 7일부터 12일까지 일교차 역시 평균 15℃도 안팎을 기록했다. 나주시 배기술지원과 최춘옥 배정책팀장은 “금천면 농가는 피해율이 70%로 조사됐다”며 “예년 기준으로 따지면 나무에 달린 열매가 거의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배 재배 농민들은 착과불량의 경우 일반 재해보험 대상이 아닌 탓에 이중고를 겪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풍수해와 가뭄 등은 재해보험 가입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착과불량은 보험금을 더 많이 내는 종합보험 대상이다. 현재 나주지역에서 일반 재해보험에 가입한 2500여 농가 중 착과불량 피해까지 보상이 이뤄지는 종합보험에 든 농가는 100여 농가에 불과하다.

강모(53·나주시 노안면 유곡리)씨는 “도대체 제대로 달린 열매를 찾아 볼 수가 없다”며 “착과불량은 보상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지난해 가입한 재해보험을 해약했다”고 한탄했다.

나주=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