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 사실주의 그림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박훈성(54) 숙명여대 회화과 교수가 이번엔 진달래를 작업 소재로 삼았다. 캔버스에 숯가루를 이용해 드로잉을 하고 그 위에 꽃망울을 활짝 피운 진달래(사진)를 그려 넣었다. 최근 몇 년간 붓질한 신작 20여점을 13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길 노화랑에서 ‘사이(between)’라는 타이틀로 선보인다.
작가의 작품 모티브는 꽃이다. 여러 가지 꽃을 다양한 색감과 사실적인 필치로 그려냈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참 잘 그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꽃의 미감을 뛰어난 솜씨로 묘사해냈다. 그러나 그의 꽃은 미술계에 유행하는 예쁜 꽃들과는 다르다. 꽃의 아름다움에 포커스를 맞춘 게 아니라 생성과 소멸을 보여주기 위한 오브제일 뿐이다.
작품마다 등장하는 진달래는 딱 한 송이다. 김소월의 시처럼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의 애틋한 감정을 담은 진달래가 아니다. 검게 그은 선 위에 놓여 있는 진달래는 추상과 구상, 가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감 같은 것을 상징하고 있다. 서로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을 소통하게 하고 접목시킨 것이다.
홍익대 미대를 나와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중앙미술대전, 동아미술제, MBC미술대전 등에서 수상했다. 개인전 30여회와 기획전 150여회를 여는 등 국내외 전시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의 작품이 호평 받는 이유는 관람객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감성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02-732-3558).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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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사색케하는 꽃… 박훈성 작품전 5월 13일부터
입력 2015-05-11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