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며,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던 박모(53)씨는 얼마 전 갑자기 왼쪽 귀 앞 안면부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야외활동 중 벌레에 물린 것이 아닐까 싶어 연고를 발라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며칠이 지나도 극심한 통증이 수그러들지 않았고, 급기야 왼쪽 몸에 수포가 떼 지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병원을 찾은 그에게 의사는 대상포진(帶狀疱疹)에 걸렸다고 했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오락가락 날씨가 여러 날 계속되면서 대상포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대상포진은 몸속에 숨어있던 대상포진 바이러스인 ‘바리셀라 조스터’(varicella zoster)가 활동을 재개하면서 특정 부위에 발진을 일으키는 병이다. 옷깃만 스쳐도 몹시 따가운 통증이 수반된다. 띠 모양의 물집이 잡힌다고 해서 대상포진이란 이름이 붙었다.
바리셀라 조스터 바이러스는 어릴 때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이기도 하다. 이 바이러스는 한 번 감염되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우리 몸속 척수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성인이 된 후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활성화되는 게 특징이다.
면역력은 시소를 타듯이 오락가락한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 과로로 인해 피로가 쌓였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떨어지기 쉽다. 대상포진 역시 이 때 주로 발생한다.
김찬병원 한경림 진료원장은 신간 ‘한경림 박사의 대상포진 고칠 수 있다’(중앙생활사)에서 “특별히 계절적 요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보고에 따르면 요즘과 같이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날씨가 계속되면 면역력 저하로 인해 대상포진이 쉽게 발생하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상포진 환자들은 대부분 발병 초기 전구 증상으로 마치 몸살감기에 걸린 것과 같이 두통이나 근육통을 느낀다.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후 몸 한쪽으로 신경절을 따라 피부에 띠 모양의 붉은 반점이 생기면서 여러 개의 수포(물집)가 무리를 지어 발생한다. 환자들은 이 때부터 극심한 통증과 함께 감각이상을 겪게 된다. 물집이 잡혔던 자리엔 점차 딱지가 앉고, 보통 2주 정도 지나면 그마저 없어진다.
대상포진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증상은 통증이다. 대개 날카로운 것으로 환부를 콕콕 쑤시듯이 아프거나 전기가 오듯 손발이 찌릿찌릿 저리다고 호소한다.
통증은 물집이 생겼던 쪽으로만 나타난다. 가령 수포가 오른쪽에 생겼다면, 그 쪽만 아플 뿐 반대편인 왼쪽엔 통증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대상포진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신경이 마비되거나 손상되는 후유증으로 ‘포진 후 신경통’을 합병하게 된다.
한 원장은 “ 대상포진 환자의 약 20%가 후유증으로 이런 난치성 신경통을 앓는다”며 “대상포진에 의한 물집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될 때는 반드시 포진 후 신경통을 의심하고 통증 치료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상포진은 발병 초기엔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포진 후 신경통은 바이러스가 침범, 손상된 신경근에 약물을 투여하는 신경주사로 해결한다. 물집은 가능한 한 터트리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물집이 터지면 감염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오래 가는 환절기 몸살감기… 혹시 대상포진?
입력 2015-05-12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