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개발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북한이 기술적으로 상당히 어렵다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개발의 막바지 단계인 사출시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1∼2년 안에 SLBM 전력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 당국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고 있다. 현재 SLBM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인도 등 6개국에 불과하다.
◇미사일 사출시험 성공의 의미=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9일자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지상과 해상에서 사출시험을 진행해온 지 1년도 안 돼 잠수함에 수직발사관을 설치하고 모의 탄도탄(더미탄)을 실제 사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은 두 단계를 거친다. 미사일은 잠수함 내 수직발사대에서 점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한 압력으로 물 밖으로 올려지는 ‘콜드 론치’와 물 밖에서 점화돼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핫 론치’ 단계를 거친다. 사출시험은 콜드 론치로 이 과정에서 자칫 잘못하면 미사일이 잠수함에 떨어져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위험한 작업이다.
노동신문의 사진에 따르면 잠수함에서 발사된 모의 탄도탄은 실제 각도가 사선으로 돼 있어 사출 후 각도 조절까지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시험발사를 통해 함 내 소음 준위, 발사반 충력, 탄도탄의 출수속도, 자세 등 전략 잠수함에서의 탄도탄 수중 발사가 최신 군사과학기술적 요구에 완전히 도달했다는 점이 확증됐다”고 강조했다. 사거리는 100m 안팎이었는데 이는 모의 탄도탄이어서 짧게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사출시험이 성공했다는 것은 수중 미사일 발사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의 전략적 가치=잠수함은 일단 수중에 진입하면 위성으로도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다. SLBM은 은밀성을 갖춘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이라 사전 탐지가 어렵고 대부분 목표물에 상당히 가까이 와 발사되고 낮은 고도로 접근해 타격 시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을 국가 전략무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중앙통신은 잠수함 탄도 미사일 사출시험을 지켜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전략 잠수함 탄도탄이 생산에 들어가고 가까운 시일 내 실전 배치되면 적대세력들의 뒷잔등에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탄을 매달아 놓은 것이 된다”며 “마음먹은 대로 수중 작전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이 전력화에는 거쳐야 할 단계가 있다. 우선 탄도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신형 잠수함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가장 큰 잠수함인 로미오급(1800t급)에는 탄도미사일 발사용 수직발사대를 장착할 수 없다. 북한이 최근 2500t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지만 초기 단계라 양산에 들어간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을 공격할 계획이라면 장거리 작전이 가능한 핵잠수함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핵탄두를 실을 수 있을 만큼 탄두 소형화가 이뤄져야 한다. 통상 SLBM에 쓰이는 핵탄두 중량은 648㎏ 이하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상당히 가까이 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정도의 소형화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번 시험 성공으로 북한은 스커드 등 단거리 미사일에서 대포동 같은 장거리 로켓에 이어 수중 발사 미사일까지 보유하게 돼 명실공히 미사일 강국의 입지를 확실히 굳힌 것으로 보인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나날이 진화하는 北 미사일… 北, 탐지 어렵고 대응책 없는데 SLBM 전력화 ‘코앞’
입력 2015-05-11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