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뒷돈 챙기기 ‘자리 물림’… 포스코건설 임원 잇달아 재판에

입력 2015-05-11 02:42
하도급 수주 영업을 하는 흥우산업 우모(57) 전무는 시공사 가운데 포스코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에 특별히 많은 신경을 썼다. 그는 2010년 4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골목길에서 당시 이 사업부 소속 임원이던 박모(59) 전 전무를 만나 1억원을 줬다. “흥우산업이 새만금방수제 동진4공구 준설공사를 하도급 받게 해 달라.” 우 전무는 이런 식으로 2011년 3월까지 박 전 전무를 총 5번 만났고, 만날 때마다 1억원을 줬다.

2011년 들어서는 박 전 전무의 후임인 최모(53·구속기소) 전무에게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해 1∼3월 포항항 준설공사 하도급을 받기 위해 포항 현장소장을 통해 현금 3억원을 건넸고, 7월엔 직접 1억원을 싸들고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 근처를 찾아갔다. “새만금 군산항 방파제 축조공사를 포함해 앞으로도 계속 하도급을 받게 해 달라.” 최 전무는 길에서 1억원을 받았고, 9월까지 2억원을 더 챙겼다.

포스코건설 토목사업환경본부와 우 전무의 신뢰관계는 사실 대물림된 것이다. 2009년에는 흥우산업이 베트남 노이바이 고속도로 공사대금을 부풀려 받고, 일부를 돌려주는 방식으로 포스코건설 자금 횡령을 공모했다. 포스코건설에서 베트남사업단장을 지낸 박모(52·구속기소) 전무는 이런 식으로 2009년부터 4년간 385만 달러(40억원)를 챙겼다. 이 사이 우 전무는 “맡은 바 직무에 정려(精勵)했다”며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우 전무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증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박 전 전무를 배임수재 혐의로 함께 구속 기소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