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직장인에게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게 퇴근시간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연예인에게 퇴근길은 괴롭고 힘든 순간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나를 기다려주는 팬을 보고 오히려 기운을 얻을까 싶지만 오히려 반대랍니다. 퇴근길 영상 때문에 입방아에 오르는 일이 잦아지기 때문이죠.
팬들은 공식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연예인을 촬영해 ‘○○의 퇴근길’이라며 공유합니다. 방송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 담겨 있어 하나의 팬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자연스러운 모습은 때론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레드벨벳’은 최근 한 팬이 올린 퇴근길 영상 때문에 곤란을 겪었습니다. 남성 매니저가 방송국 밖에서 기다리던 팬들에게 느닷없이 욕을 했습니다. 위험한 행동을 막으려 했다면 이해해 볼 만하지만 팬들은 “잘 들어가라”와 같은 다정한 대화만 건넸을 뿐이었습니다. 당연히 “매니저 폭언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애먼 걸그룹에까지 불똥이 튀었습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제 갈 길만 간 멤버들은 “누구 덕에 1등 하는데 팬도 안 챙기냐”는 비난을 들어야 했습니다.
뮤지컬배우 조승우도 지난 3일 지방공연 퇴근길 영상으로 뭇매를 맞았습니다. 조승우는 과격한 성향의 익명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조승우 갤러리’ 회원에게 “거기선 왜 이름으로 활동 안 하고 왜 욕을 하냐. (앞으로) 갤러리 활동을 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이 영상은 곧 ‘팬 차별’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조승우는 손수 작성한 편지를 갤러리에 올리면서 “광주공연 퇴근길에 상처받으셨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이전에도 연예인 퇴근길 영상은 자주 말썽이었습니다. 가수에게 다가온 팬의 뒤통수를 후려치거나 머리끄덩이를 잡는 ‘매니저 손찌검’ 문제도 퇴근길 영상을 통해 공론화됐고요. 남성그룹 엑소의 한 매니저는 팬을 폭행한 혐의로 최근 100만원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매니저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팬이 촬영한 영상이 증거가 됐습니다.
퇴근길 영상을 잘 활용한 연예인도 있습니다. 요즘 뜨는 여성 래퍼 제시는 일정을 마치고 자신을 기다리던 팬을 따뜻하게 안아줬습니다. 강한 이미지였던 제시는 이 영상으로 “착하다”는 칭찬을 받았습니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지만 참 피곤할 것 같습니다. 퇴근길마저 상사나 동료, 혹은 누군가에게 감시당한다는 생각에 긴장을 늦출 수 없으니 말입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친절한 쿡기자] 팬 차별 발언에 폭언·폭행까지… ‘스타 퇴근길’ 만만찮은 구설수
입력 2015-05-11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