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 칼럼] 공무원연금·국민연금 통합의 길은 있다

입력 2015-05-11 00:51

선택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고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중 어느 쪽을 택하겠냐고 묻는다면 어떤 답이 나올까. 부은 보험료로만 따져 봐도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의 1.7배나 돌려받으니 당연히 공무원연금을 고를 것이다.

공무원연금은 대표적인 공공부문의 지대(rent)다. 지대란 인위적인 제한을 가함으로써 생기는 이득을 말하는데 주로 후진국적 속성으로 투명한 사회일수록 찾아보기 어렵다. 공무원은 자격시험을 매개로 한다는 점이 조금 다를 뿐 그 지위를 획득함으로써 특권을 누린다는 점에서 지대와 다를 바 없다.

그렇지만 공무원에 대한 예우는 근대국가의 오랜 관행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멸사봉공, 솔선수범하는 공무원들을 충분히 대우함으로써 국가와 사회를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고 해왔기 때문이다. 두둑한 공무원연금이 존재해오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공무원 노후에 대한 배려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이전과 크게 바뀌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국가재정 부담 탓이다. 평균수명 증가로 연금지급 총규모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국도 공무원연금이 시작된 1960년 평균수명은 52세였으나 지금은 80세 전후로 늘어난 상황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이에 선진국들은 공무원연금과 일반 국민들이 가입하는 연금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예컨대 일본은 2012년 2월 한국의 공무원연금(군인연금 포함)과 사학연금에 해당하는 ‘공제연금’을 직장근로자들이 가입하는 ‘후생연금’과 통합키로 하고 올 10월부터 시행한다. ‘사회보장·세제 일체개혁’ 차원에서 공적연금을 통합한 것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공적연금의 통합배경으로 “공적연금 전체에 대한 공평성을 확보해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에 후생연금보다 낮았던 공제연금의 보험료율은 매년 단계적으로 올라 2018년 18.3%로 통합된다(사학공제연금의 경우는 2027년). 관료 중시의 뿌리가 깊은 일본에서 이러한 변화가 가능한 것은 심각한 인구고령화와 국가재정 부담증가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일본의 공적연금은 전 국민이 가입하는 국민연금(기초연금) 위에 후생연금과 공제연금이 올려져 있는 2층 구조라서 한국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그래도 공제연금을 후생연금에 수렴시켜 통합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경우, 혜택이 큰 공무원연금을 ‘용돈연금’으로까지 폄하되고 있는 국민연금과 바로 통합시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의 정치권이 법석을 떨면서 조금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체계로 바꾸는 데도 논란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 터다.

하지만 방법은 없지 않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통합을 전제로 하되 보험료 부담률을 조금 달리하면 된다.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근로자 당사자와 사용자가 반씩 부담하고 있는데 공무원들의 경우는 사용자에 해당하는 정부가 좀 더 많은 부담을 한다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소득월액 상한을 올려 실질적인 소득대체율 인상도 가능하다. 더불어 저소득 지역가입자나 직장가입자 중에서도 월급이 아직 낮은 이들에 대해서는 납부 보험료의 근거가 되는 소득기준을 자율적으로 하향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면 통합 이후 보험료율 인상으로 늘어나는 보험료 부담을 탄력적으로 완화할 수도 있다.

이어 군인·사학연금도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해야겠다. 정치권의 무능·무책임만 끼어들지 않는다면 21세기 한국에서 못할 일이 어디 있겠나. 사실 그게 제일 문제이긴 하지만.

조용래 편집인 jubi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