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변 연출한 영국 총선] 보수당 단독 과반 확보… ‘브렉시트’ 판도라 상자 열리나

입력 2015-05-09 04:10

7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총선 결과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집권을 연장하게 됐다. 투표 직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율은 1% 포인트 안팎 차이로 접전을 벌였으나 표심은 예상을 깨고 정확히 보수당으로 향했다. 정권 교체로 인한 경제 및 각종 정책 불안을 우려한 보수층이 결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BBC방송 등 영국 언론들은 8일 개표 결과 보수당이 하원 전체 650석 중 331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고 전했다. 보수당과 비슷한 의석수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노동당은 232석을 얻는 데 그쳤다.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은 56석으로 뒤를 이었고 현재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은 8석을 얻었다.

예상을 깨고 과반을 넘는 의석을 확보한 보수당은 단독으로 집권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경제정책을 비롯한 주요 정책들은 기존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그간 우려돼 왔던 불확실성을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유권자들은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 보수당의 정책에 지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당의 긴축정책으로 국민들의 불만도 높았지만 팍팍해진 민심이 모험보다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BBC는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승리를 거둔 것은 1992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단일 정부의 수장으로서 ‘영국을 더 위대하게(Great Britain greater)’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번 총선 특징 중 하나는 노동당 텃밭이던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SNP가 일으킨 돌풍이다. SNP는 스코틀랜드 지역 의석 59석 중 56석을 싹쓸이했다.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지역 민심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선거에서 SNP의 의석이 6석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 결과는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는 패배를 인정하고 사임했다. 이번 선거에서 50석 가까이 잃으면서 참패한 자유민주당 닉 클레그 당수와 극우 성향의 영국독립당(UKIP) 나이젤 파라지 당수도 사임을 발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노동당과 자민당의 패배와 더불어 스코틀랜드를 하나의 당이 장악하게 된 이번 총선 결과는 보수당 윈스턴 처칠 수상의 지지율이 83%나 됐는데도 노동당이 압승을 거뒀던 1945년 총선 이후 가장 놀랍다”고 평가했다.

보수당은 재정긴축 기조를 유지해 복지 및 공공부문 지출 삭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캐머런 총리는 연임하게 될 경우 2020년까지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건강보험료 인상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민자들에 대한 복지 혜택을 줄일 것이라는 공약 역시 반(反)이민정책을 지지하는 보수층의 마음을 얻었다.

캐머런 총리가 2017년까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데 대해서는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있다. 최근 브렉시트 관련 설문조사에서 영국이 EU에 남기를 원한다는 응답이 34%로 탈퇴를 원한다(18%)는 의견을 크게 앞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캐머런 총리가 가지고 있는 ‘브렉시트 카드’가 이민자 문제를 두고 EU의 간섭을 줄이고자 하는 양측 협상에서 영국의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수세기 만에 가장 어린 하원의원도 탄생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20세 여대생인 SNP 소속 마리 블랙이 스코틀랜드 남부 페이즐리·렌프레셔 지역에서 노동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고 전했다. 1667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13세의 크리스토퍼 먼크 이후 348년 만에 등장한 최연소 하원의원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