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앞에 선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지사 피의자 소환

입력 2015-05-09 04:00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고등검찰청에 들어서며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있다. 1995년 검찰을 떠난 지 20년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홍 지사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홍준표(61) 경남지사가 8일 불법자금 1억원 수수 혐의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됐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죽으며 남긴 메모 한 장이 20년 전 검찰을 떠난 ‘모래시계 검사’를 검찰의 칼끝 앞에 세웠다. 홍 지사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검찰은 이미 기소 방침을 정해놓고 그를 불렀다.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종 결단은 김진태 검찰총장이 내릴 예정이다.

홍 지사는 오전 9시55분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있는 서울고검에 출석했다. 그는 조사에 앞서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 검찰에 소명하러 왔다”고 말했다. 1억원 전달자인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한 사실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없다”고 짧게 답했다.

홍 지사는 한나라당 대표 경선이 열렸던 2011년 6월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 전 부사장에게서 현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품 메모 등장인물 8명 가운데 홍 지사를 첫 소환자로 택한 수사팀은 윤 전 부사장의 진술과 그간 확보한 증거 자료들을 제시하며 집요하게 홍 지사의 방어벽을 파고들었다.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면서 홍 지사의 진술 내용을 대검찰청에 수시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는 자정을 넘겨서까지 계속됐다.

정치생명이 걸린 홍 지사는 “1억원이 든 쇼핑백은 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며 완강히 혐의를 부인했다. 윤 전 부사장의 ‘배달사고’ 가능성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자금법 위반죄는 유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 선고된다.

수사팀은 홍 지사가 측근들을 시켜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바꾸려 했는지도 추궁했다. ‘증거인멸’ 시도에 대한 판단은 향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때 핵심적인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수사팀은 홍 지사 소환조사를 이번 한 차례로 끝낼 방침이다. 진술 내용과 보강수사 사항 등을 종합 분석한 뒤 다음주 중에 신병처리 방향을 정하고, 김 총장에게 보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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