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 “치욕” 막말에 ‘트로트’까지… 이런 제1야당

입력 2015-05-09 04:04
“저는 패권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 비공개·불공정·불공평이라고 생각한다. 제갈량 원칙이었던 삼공 정신을 되새긴다면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개·공정·공평이 바로 그것이다.”(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

“공개·공정·공평은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큰 문제다.”(정청래 최고위원)

“치욕적 생각이 든다. 저는 지금까지 공갈치지 않았다. 저는 사퇴한다. 모든 지도부들은 사퇴해야 한다.”(주 최고위원)

‘수권정당’을 내세우고 있는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8일 나온 대화다. 주 최고위원은 분을 참지 못하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 와중에 유승희 최고위원은 마이크를 잡고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로 시작되는 원로가수 고 백설희씨의 ‘봄날은 간다’를 열창했다. 어버이날이란 이유였다. 제1야당 최고위원회의는 블랙코미디가 됐다.

문재인 대표는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기 직전 “오늘 있었던 발언은 우리끼리 자리였으면 몰라도 공개적 자리에선 다소 부적절했다.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정말 우리 당의 봄날은 갔다”는 탄식이 나왔다.

이 회의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처음 참석한 지도부 회의였다. 이 원내대표는 두 최고위원의 설전 직전 “이기는 정당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이라고 했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공갈’ 발언이 터졌다. 새정치연합이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왜 연전연패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새정치연합은 4·29재보선 참패 후유증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의 고질병인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간 계파갈등은 다시 불붙었다.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선거 참패 이후 10일이 지나도록 변변한 쇄신 방안 하나 나오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과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회동을 갖고 ‘재보선 참패 문 대표 책임론’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당내 갈등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주요 현안에서 제1야당으로서의 정치력은 보여주지 못한 채 무기력했다. 공무원연금법 개혁안은 여당과의 합의 실패로 무산됐다. 새정치연합이 결사반대했던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는 여당 단독 표결로 ‘후보자’ 딱지를 떼고 대법관이 됐다.

당내에서는 “이렇게 가면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 이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위기를 수습할 리더십은 실종됐고, 남은 것은 계파갈등과 지도부 불협화음이다.

임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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