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연극계 양대 히트 제조기… 조재현“난 배우 기질이 강해” vs 김수로 “프로듀서가 잘 맞아”

입력 2015-05-11 02:15
배우 조재현이 지난 7일 서울 대학로 수현재 씨어터에서 김수로와 공동 인터뷰를 갖고 “연극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하나의 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구성찬 기자
배우 김수로는 “좋은 배우이자 프로듀서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구성찬 기자
한국 연극의 1번지 서울 대학로는 2000년대 이후 극단에서 프로듀서 중심의 제작 시스템으로 무게추가 옮겨갔다. 특히 배우 조재현(50)과 김수로(45)가 프로듀서를 맡은 작품들은 관객을 끌어 모으며 연극 대중화에 기여했다. 하지만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연극계에서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학로의 양대 히트 제조기 조재현과 김수로를 지난 7일 대학로 수현재 씨어터에서 만났다. 두 사람이 공동으로 인터뷰에 응한 것은 처음이다.

-프로듀서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

“20대에 극단을 할 때부터 어떻게 하면 좋은 연극을 만들어 관객이 오게 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컸던 것 같다. 그러다가 2004년 연극열전의 ‘에쿠우스’ 출연으로 오랜만에 대학로로 돌아오면서 다시 연극을 보게 됐다. 2007년 ‘경숙이, 경숙 아버지’를 보고 너무 좋아서 출연도 하고 제작도 한 게 자연스럽게 연극열전2의 프로그래머 겸 프로듀서로 이어졌다.”(조)

“영화로 이름을 알렸지만 늘 어딘지 채워지지 않는 것을 느꼈고 언젠가 무대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2009년 내 연기에 싫증나 공부를 하고 싶었을 때 연극 ‘밑바닥에서’를 만났고 이듬해 ‘이기동 체육관’에 출연하고 제작에도 관여했다. 스스로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외롭지가 않았다. 이게 바로 내 길이라고 생각했다.”(김)

-프로듀서로서 서로의 방식을 평가한다면.

“어느 날 갑자기 대학로에 수로가 등장하더니 금세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나나 수로 같은 사람이 더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수로는 정말 영리한 프로듀서다. 나처럼 극장을 짓고 직접 제작까지 하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솔직히 미친 짓이었다.”(조)

“선배님과 비교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다만 아시아브릿지컨텐츠㈜라는 좋은 파트너가 있기 때문에 프로듀서로서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매니지먼트의 경우 좋은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어려워 시작한 일인데, 공연계에 이런 문화의 도화선이 된 것 같다.”(김)

-배우와 프로듀서, 어느 쪽이 더 맞나.

“나는 배우 기질이 훨씬 강한 사람이다. 솔직히 프로듀서로서는 그렇게 치밀한 편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직접 계획하는 작업 외에는 회사 직원들에게 많이 맡기는 편이다. 작품 선택도 직원들의 이야기를 많이 반영한다.”(조)

“지금 현재는 프로듀서가 더 잘 맞는 것 같다. 내 이름을 건 프로젝트고 실패해선 안 되는 만큼 모든 것에 직접 관여하는 편이다. 작품 선택 역시 내가 최종 결정한다.”(김)

-대학로를 상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솔직히 초창기엔 욕먹으면 정말 화났다. 내가 연극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대출까지 받아서 극장을 짓겠는가. 나는 연극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하나의 사례를 만들고 싶다.”(조)

“당연히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본다. 내 길을 꾸준히 가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대중과 마니아층을 두루 오가는 작품을 만들겠다.”(김)

-다양하게 활동할 기회가 늘면서 조재현에게는 ‘제2의 유인촌’이 되는 것 아니냐는, 김수로에게는 따로 원하는 게 있는지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김문수 지사 시절 경기도의 문화예술 기관장을 여러 번 하면서 정치에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내가 배우를 한 이유가 멋있어 보였기 때문인데, 현재 한국에서 정치인은 멋있지가 않아서 관심 없다.”(조)

“문화예술을 통해 되려고 하는 것은 없다. 하지만 얼굴이 알려져 있어 기업 후원을 받거나 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여러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하기에도 유리하다. 그런 역할이라면 앞으로도 기꺼이 할 생각이다.”(김)

-연극계에서 뭘 변화시키고 싶은가, 10년 후 모습을 그려 본다면.

“젊은층만이 아니라 나이든 분들에게도 공연을 보는 문화를 자리 잡게 하고 싶다. 그러려면 우선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다.”(조)

“좋은 배우이자 프로듀서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싶다. 좋은 작품을 발굴해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 최종적으로는 연극학교를 세우고 싶은 꿈이 있다.”(김)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