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검사 시절부터 부정부패 처단에 앞장서 왔고, 정치권에 들어와서도 권력 비리라는 거악에 맞서 왔습니다. 정치권이 솔선수범합시다.”(2011년 9월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홍준표(61) 경남지사는 법복을 벗고 정계에 입문한 뒤에도 검사 출신답게 반부패를 강조해 왔다. 유력자의 석연찮은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일 때마다 그의 발언은 거침없었고, 이런 강단진 태도는 그에게 ‘저격수’라는 별칭을 선사했다. 1992년 대선자금 논란과 한보사태, 윤상림 게이트 등을 둘러싸고 그가 쏘아붙인 말들은 현재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 지사 본인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1997년 7월 23일 제15대 국회 5차 본회의에서 신한국당(현 새누리당) 소속 초선의원으로서 대정부 질문을 맡았던 그는 “지도자일수록 ‘클린 핸드’(청렴결백)가 필요하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92년 대선자금 출처를 밝히라는 야당의 공세에 오히려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총재에게 도덕성 문제가 있다고 맞섰다. 홍 지사는 “1000원을 훔친 도둑이 2000원을 훔친 도둑에게 ‘너는 왜 2000원이나 훔쳤느냐’고 따진다면 말이 되느냐”며 “도둑이긴 마찬가지”라고 강조했었다.
김종필 당시 자민련 총재를 겨냥해서도 특유의 비유법을 동원해 공범이라 비판했다. 그는 “화목하게 살 때 공동으로 모아 쓴 자녀의 혼수비용을, 이혼하면서 몰래 갖고 나간 가계부로 전 남편의 비리라 폭로한다면 과연 깨끗한 사람이냐”고 되물은 것이다. 최근 ‘성완종 리스트’ 사태의 닮은꼴로 회자되는 한보사태에 대해서는 당시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한층 심화시켜준 우울한 사건”이라고 칭했다.
홍 지사는 의원 재직 시절에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의혹 단계부터 맹공을 퍼부었다. 2002년 2월 제16대 국회 4차 본회의에서는 “미국 교민 사회에 파다하게 퍼져 있는 대통령 친인척과 정권 실세들의 수천억원대 계좌에 대해 수사해야 하지 않겠느냐”, “권력비리 의혹 12인방에 대해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침없는 발언에 장내가 소란해지자 “시끄러워요. 계속 그런 버릇으로 떠들고 있어요? 국회의원 주제에, 조용히 해!”라고 되받은 기록도 회의록에 남아 있다.
‘윤상림 게이트’에 얽힌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2006년 10차 본회의에서 주고받은 설전도 유명하다. 그는 정치 후원금이 상규에 어긋나지 않은 소액이었다고 해명한 이 전 총리를 향해 “저는 총리처럼 그런 브로커와 놀아나지 않았습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가 “누가 브로커와 놀아났다는 말입니까?”라고 항변하자 “놀아났다고 했습니까?”라고 부인했다가 이내 “놀아났잖아요, 골프 치고!”라고 쏘아붙였다.
‘성완종 리스트’ 사태 이후 검찰의 증거능력을 운운했던 그는 사실 성역 없는 수사를 당부하며 친정을 독려했던 의원이었다. 1999년 2차 본회의에서는 박상천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 “법률해석을 장관이 미리 해버리면 검사들이 그 해석에 구속되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2011년 2차 본회의에서는 “검찰은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저축은행 비리의 본질을 밝혀 달라”, “관련된 인사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때 그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바른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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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09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