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승 70주년 행사 오늘 개최] 전투기 140대·장갑차 190여대 위용 뽐내

입력 2015-05-09 02:2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두 정상은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 행사를 하루 앞둔 이날 정상회담을 열고 중국 실크로드 경제벨트 건설과 러시아의 트랜스유라시아벨트(TEPR) 구상의 연계 방안, 원유·가스 협력 등에 관해 논의했다. AP연합뉴스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을 기리는 전승기념식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갈등 국면이 계속되면서 서방 정상들은 대거 불참을 선언했지만 러시아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군사 퍼레이드와 신무기들을 선보이면서 옛 소련 시절, 냉전시대를 풍미했던 강국의 부활을 과시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을 문제 삼은 영국 미국 등 다수의 서방 주요국 정상들은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도 불참하고 대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한다. 우리나라에선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전승행사에 함께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행사를 역대 최대 규모로 치를 것을 공언했다. 140대 이상의 전투기와 190여대의 장갑차가 행진하고 1600명의 군대가 모스크바 붉은광장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퍼레이드가 계획돼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히틀러의 나치를 축출한 이날(전승기념식)은 그간 서방과의 협력을 상징해 왔으나 올해의 버전은 (협력이 아닌) 차이점을 강조하는 것 같다”며 ‘신(新)냉전시대’의 도래 속에 애국주의가 응집된 기념식을 앞둔 러시아의 분위기를 전했다.

대규모 퍼레이드와 함께 러시아군이 자랑하는 최첨단 신무기들도 대중에 최초 공개될 예정이다. 미군 주력 탱크인 M1 에이브럼스 탱크를 능가한다는 T-14 전차, 일명 ‘아르마타’ 탱크가 공개되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야르스’와 초음속 대함미사일, 쌍열자주포 ‘코알라치야’ 등 최첨단 무기들도 잇따라 선보이게 된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7일 기념식 참석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회담을 가졌다. 이번에 러시아를 방문한 외국 정상들 중 처음으로 회담을 가진 푸틴 대통령은 기념식에 참석해준 데 감사를 표했고 카스트로 의장은 푸틴을 ‘귀한 친구’로 칭하며 “위대한 승리의 날에 러시아에 오지 않을 수 없었다”며 화답했다. 러시아는 최근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 등 강대국들의 남미 내 영향력 확대 경쟁이 불붙은 가운데 오랜 우방국인 쿠바와의 긴밀한 관계를 되살리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9일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10일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