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현실 사이… 與 공무원연금 출구전략 ‘딜레마’

입력 2015-05-09 02:15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8일 서울 은평구의 한 백화점에서 열린 '은평포럼'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틀 전 공무원연급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뒤 처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지도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놓고 ‘원칙론’과 ‘현실론’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가 국민연금과의 연계처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개혁안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여서 야당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론이 또 발목을 잡는다.

새누리당은 여야 대화의 시작점을 일단 지난 2일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양당 간사 및 위원장이 서명한 ‘7인 합의문’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을 명시한 실무기구 합의안을 ‘존중한다’는 내용만 담겨 있다. 50%는 목표치이지 확정된 숫자가 아니고, 논의 자체를 시작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청와대가 선(先)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후(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논의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서다. 박근혜 대통령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먼저 이루고, 그 다음에 국민연금은 국민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방안을 도출하는 게 맞는 일”이라며 분리처리 의사를 명백히 했다. 사실상 지난 2일 ‘7인 합의’를 무르자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강수(强手)다.

당내에서도 분리처리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의원은 “합의안에 따른 개혁안 처리가 무산됐으니 이제 ‘혹’(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연계)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만만치 않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야당이 연계처리만 고집할 경우 여론전으로 압박을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강수만 둘 순 없다는 한계가 지도부의 고민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가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연계처리 방침은 확고하다. 또 접점을 못 찾으면 냉각기는 깊어질 수밖에 없고 다른 현안 처리도 어렵게 된다.

새누리당은 우선 당청 불협화음을 서둘러 진화하며 전열 가다듬기에 나섰다. 내분을 조기 수습하지 못할 경우 대야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은평포럼’ 행사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주어진 여건 속에서 짧은 시간에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내용을) 생략한 채 (청와대에) 이야기한 게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며 “당청 소통은 충분히 했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연금특위위원장인 주호영 의원도 라디오에 나와 “표현상 ‘50% 목표치를 위해 노력한다’ 정도는 (청와대도) 듣고 있었지만 확정적으로 ‘(50%로) 한다’는 말은 몰랐을 확률이 높다”고 거들었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에 대한 당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 논의될 것”이라며 “당 안에 여러 주장이 나오는 만큼 향후 협상을 위한 기준을 새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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