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정상회담 안팎] 중·러 어깨동무… 군사 밀월 넘어 경제 협력 확대한다

입력 2015-05-09 04:06

러시아 제2차 세계대전 전승 기념 70주년 행사에 맞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러는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군사와 경제 등 전면적으로 한층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려울 때 손을 내미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이 있다. 러시아에 중국은 더욱 그런 존재가 돼가고 있다. 2005년 전승 기념 60주년 행사만 하더라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영국 일본 한국 등 53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이번 70주년 행사를 맞아 러시아는 68개국에 초청장을 보냈지만 27개국 정상만 참석할 예정이다. 서방 주요국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을 이유로 불참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 주석은 이 행사에 참석하는 가장 비중 있는 외국 정상이 됐다고 모스크바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이미 유엔안보리의 시리아 비난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다양한 국제문제에서 공동 대응을 해왔다. 경제적 협력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경제제재 속에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의지할 곳이라고는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전년 대비 6.8% 증가해 884억 달러를 기록했던 양국의 무역규모는 올해 1000억 달러를 돌파하고 2020년까지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을 포위·압박하는 미국과 일본의 동맹에 맞서 중국은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러시아의 군사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번 전승 기념 70주년 행사를 전후해 다양한 군사적 협력 관계가 구축되고 있다. 7일 밤 모스크바에서 열린 열병식 리허설에서는 110명으로 구성된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대가 러시아군을 제외하고는 맨 앞에 등장했다. 기념행사 기간이 끝나는 11일부터 지중해에서는 중국과 러시아 해군이 사상 첫 해상 훈련을 진행한다.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첨단 방공미사일 시스템 S-400도 구매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절친’이 된 중국과 러시아가 피를 나눈 형제처럼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양국은 전략적 협력자이기도 하지만 전략적 경쟁자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2012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 개최를 계기로 ‘아시아 중시’ 정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중앙아시아는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또한 중국으로서는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실크로드 경제벨트의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에서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러시아의 트랜스유라시아벨트(TEPR) 및 유라시아경제연합(EEU) 구상의 연계 방안을 논의하긴 했지만 언제든지 양국의 이익이 충돌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시 주석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카자흐스탄의 주권 보장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독주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실제보다 겉으로 더 밀접하게 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