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前 5000환 은혜, 20억 장학금으로 보답… 김형식 서울국제학교 이사장, 건국대에 기부

입력 2015-05-09 02:07
김형식 서울국제학교 이사장(앞줄 왼쪽 네 번째)이 7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열린 장학금 전달식에서 건국대 김경희 이사장(다섯 번째), 송희영 총장(세 번째), 장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건국대 제공

서울국제학교(SIS) 김형식(74) 이사장은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다. 6·25전쟁으로 모두가 힘들고 어렵던 시절에 수업료를 내기도 벅찬 살림이었지만 그는 중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아버지의 친구인 한 목사로부터 매달 5000환(현재 가치로 5만원 정도)을 받아 공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목사님께 용돈을 받아들고 뒤돌아 나오려면 매번 뒤통수가 따끔거리고 부끄러웠어요. 이때부터 꼭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해 나처럼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했죠.”

1966년 건국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김 이사장은 미국 뉴멕시코주립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3년 미국인 교육자 에드워드 애덤스, 고(故) 유일윤 건국대 이사장과 함께 국내 최초의 외국인 자녀 국제학교인 SIS를 세웠다. 그는 2001년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 이사장은 올해 건국대에 발전기금으로 20억7000만원을 기부했다. 건국대는 이 돈으로 김 이사장의 아호를 붙인 ‘죽암장학회’를 설립했다. 2∼4학년 각 3명씩 9명을 선발해 7일 교내 행정관에서 1300여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김 이사장은 장학금 전달식에서 60년 전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여러분도 내 나이가 됐을 때 규모에 상관없이 사회를 위해 보람된 일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