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효도점수

입력 2015-05-09 00:10

이번 어버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안부 전화에 용돈 보내드리는 것으로 ‘효도’에 갈음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 산다는 이유로 매년 어버이날이 습관 같은 통과의례가 된 지 오래다. 고속열차를 타면 2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를 극복하지 못한 것은 역시 이런저런 핑계와 게으름 때문이었다. 부모님은 어쩌다 서울에 오시면 대개의 경우 볼일을 보고 내려가시는 길에 연락을 한다. 미리 알리면 직장에 다니는 아들이 마음 쓴다는 이유에서다. 자식 나이 50을 넘겼어도 부모는 부모였다.

어버이날을 맞아 한 온라인쇼핑업체가 부모에 대한 효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는 ‘효도점수’ 설문조사를 했다. 효도점수란 말도 낯설었을 뿐더러 효를 점수로 계량화한다는 발상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왠지 눈길이 갔다. ‘나는 몇 점일까’ ‘평균은 될까’라는 궁금증에 이끌렸다. ‘나의 효도점수는 100점 만점에 몇 점 정도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응답자 1095명의 61%가 낙제점 수준인 50점 이하라고 답했다. ‘부모님께 얼마나 자주 용돈을 드리나’에는 35%가 ‘명절, 생신 등 특별한 날에만’이라고 응답했다. 면구스럽지만 나만 최악의 불효자는 아니라고 생각하니 그나마 위안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이 지난 7일 어버이날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그는 “2013년 7월 이런 내용을 담은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2년 동안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어 안타까운 마음에 성명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휴일 지정에 찬반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어르신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어버이 봉양과 경로사상을 확산시킬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그의 설명에는고개가 끄덕여진다.

부모님의 연세를 생각하면 앞으로 얼마나 더 어버이날을 챙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옆에 계실 때 조금이라도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늘 마음뿐이다. ‘부모가 온 효자가 돼야 자식이 반 효자’라는데 자식들에게 내가 본이 되고 있을까. 어버이날은 늘 자책과 회환이 되풀이된다. 이 어리석음을 언제쯤 깨우칠까. 이번 어버이날도 이렇게 지나갔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