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는 ‘T자’ 모양의 수박꼭지 유통 관행을 개선하고 꼭지를 절단해 유통하기로 했다. 이 조치는 그동안 농업분야 규제개혁 차원에서 수박농가들이 수차례 건의한 사항으로 수박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박은 다른 과일과 달리 대부분 꼭지를 T자 형태로 다듬어 유통하는데, 그 이유는 유통·소비 과정에서 수박의 신선도 판단 기준으로 꼭지 상태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수박꼭지를 단 상태의 유통 관례는 ‘농수산물품질관리법’ 제5조 및 동법 시행규칙 제6조에 따른 ‘농산물 표준규격’의 등급판정 기준에서 수박의 신선도를 ‘꼭지가 마르지 않고 싱싱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그러나 수박꼭지와 관련한 최근 연구를 보면 수박꼭지를 제거해도 품질 저하는 관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유통기간 내 꼭지 부착 여부에 따른 수박의 경도, 당도, 과육의 색 변화에는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T자 모양의 꼭지를 부착해 유통할 경우 여러 가지 단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첫째, T자형 꼭지가 부착된 수박은 일일이 줄기를 찾아내 T자형으로 적당히 잘라야 하기 때문에 꼭지 전부를 떼는 작업에 비해 ha당 수확 시간은 배 이상, 노동력은 60% 이상 더 소요된다는 것이다.
둘째, 유통과정 중에도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므로 유통비용이 증가된다. 수박꼭지를 제거해 출하할 경우 수확 및 선별 등의 작업 도중 발생하는 꼭지 손상에 따른 손실액으로 연간 200억∼450억원, 작업 속도 증진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으로 연간 144억∼177억원이 경감돼 전체적으로 연간 경제적 이익 창출액은 344억∼62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비파괴당도 선별기를 이용한 선별 자동화에도 걸림돌이 되며, 수확 후에는 꼭지로부터 열매로 들어오는 양분은 없고, 꼭지를 통해 열매의 수분이 빠져나가게 돼 긴 T자형 꼭지가 붙어 있으면 저장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
수박을 생산하는 우리 농촌은 고령화 등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번 농식품부의 조치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제대로 정착되도록 정부의 제도적 기반 마련과 유통기관과 소비자의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일이다. 먼저, 정부는 ‘농산물 표준규격’의 등급판정 기준에서 수박의 신선도에 대한 규정을 현행 ‘꼭지가 마르지 않고 싱싱한 것’에서 ‘과피가 단단하고 신선한 것’으로 서둘러 개정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무꼭지 수박’ 품질의 우수성을 소비자에게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꼭지 제거에 대해 생산자들은 긍정적인 반면 소비자 및 유통업자들은 소극적이거나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무꼭지 수박의 ‘안전’과 ‘높은 당도’에 대한 적극적 홍보가 중요하다. 특히 본격적인 수박 출하가 한창인 이때에 영세한 농가가 나서지 못하는 영역에서 정부와 유통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생산자 입장에서도 수박을 수확할 때 꼭지를 제거하고 제거한 부분에 수확일 등의 생산자 표시를 하거나 품질인증을 위한 생산이력 라벨을 부착하는 등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기준 및 방법을 개발해 유통할 필요가 있다.
이현출 국회입법조사처 심의관
[기고-이현출] ‘무꼭지 수박’을 아시나요?
입력 2015-05-09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