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총선 막판까지 시소게임 ‘헝의회’ 확실… 연정 구성 촉각

입력 2015-05-08 03:14 수정 2015-05-08 18:20
영국 총선이 치러진 7일(현지시간) 집권 보수당 당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부부(오른쪽 사진)와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 부부가 투표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총선이 치러진 7일(현지시간) 영국의 5000만 유권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로 몰려들었다. 런던시내 곳곳에서는 투표를 독려하는 기사가 실린 신문을 집어든 시민들이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알렉시스 토마스(34·여)는 “지지율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만일 투표를 하지 않았는데 원치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나 자신을 탓하게 될 것 같아 투표하러 왔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49) 현 총리 겸 보수당 당수는 아내 사만다와 함께 선거구인 옥스퍼드셔주에서, 에드 밀리밴드(46) 노동당 당수는 아내 저스틴과 함께 북잉글랜드주에서 이른 오전 투표에 참여했다. 글래스고에서 투표를 마친 니콜라 스터전(44·여) 스코틀랜드독립당(SNP) 당수는 “스코틀랜드의 목소리가 이전 어느 때보다 웨스트민스터에서 더 크게 들리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한국시간 8일 오전 6시)까지 치러진 선거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은 예상대로 팽팽한 접전을 보였다. 두 정당은 전날 실시된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의 지지율 조사에서도 34%로 동률을 기록했다.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집권 보수당과 노동당 어느 쪽도 하원 650석 중 과반을 차지하기 힘들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5년간 영국호를 책임질 연립정부가 어떻게 구성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2010년 총선에서는 1974년 이래 처음으로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이 손을 잡은 헝의회가 출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수당과 노동당이 각각 273석, SNP가 52석, 닉 클레그(48)의 자유민주당이 27석, 영국독립당(UKIP) 3석, 녹색당 1석, 그리고 웨일스독립당 등 소수당이 21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목할 점은 보수당과 노동당의 의석이 과반을 차지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제3당으로 떠오른 SNP가 정부 구성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당과 노동당이 비슷한 수의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면 보수당은 중도 성향 자민당과의 연대만으로 연정을 구성할 수 없다. 진보 성향의 SNP, 반이민 정책을 강력히 주장하는 극우 성향 UKIP, 기타 소수당 등의 손을 잡아야 한다. 보수당이 집권할 경우 캐머런 총리가 주장해 왔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슈가 유럽 사회의 혼란과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정을 구성하기 위해선 노동당도 마찬가지로 SNP 등을 끌어들여야 한다. 현재로선 노동당이 정권을 탈환하기 위해 같은 진보 성향의 SNP와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SNP가 어느 쪽의 손을 잡을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스터전 SNP 당수는 보수당을 연정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 후 SNP가 노동당에 손을 내밀었지만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반대하는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는 SNP와의 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지금까지의 예상이 적중한다면 보수당과 노동당이 적들을 껴안고 불확실성으로 뛰어들면서 영국은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시험에 들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ey Word-헝의회(Hung Parliament)

양당제의 뿌리가 깊은 국가에서 제1당의 의석수가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의회. 이러한 경우 국정 운영이 불안해진다는 의미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는 의미로 생겨난 단어다. 캐나다 등에서는 헝의회 대신 소수정부 또는 소수의회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2010년 5월 6일 총선에서도 헝의회 상황이 발생해 보수당이 자유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이 총리에 임명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