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대규모 입시 부정으로 물의를 빚었던 영훈국제중의 일반학교 전환을 2년간 미뤘다. 재지정 기준 점수에 못 미쳤던 서울외국어고는 지정 취소를 결정하고 교육부의 동의 절차를 밟기로 했다. 영훈중은 소명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서울외고는 그렇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진보 성향 교육단체들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일반학교 강화 정책은 사실상 끝난 셈”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7일 “영훈국제중은 교육청 청문회에서 적극적 개선 의지를 보여 2년 뒤 재평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외고에 대해서는 “세 차례 의견 진술 기회를 줬지만 청문 절차에 응하지 않았다”며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영훈중은 당분간 국제중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영훈중은 2013년 대기업 총수의 손자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합격시키는 등 조직적 입시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이사진이 대거 기소되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교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적지 않은 후폭풍이 있었다.
서울외고는 교육부 결정에 따라 일반고로 전환될 수도 있는 운명에 놓였다. 다만 교육부는 부정적 입장이다. 교육부 장관은 서울시교육청의 신청을 받은 날부터 50일 안에 동의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교육부 동의가 없으면 서울외고의 특목고 지정 취소는 불가능하다. 이 문제는 6월 말 최종 판가름날 전망이지만 교육부가 동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진보 성향의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으로 조 교육감의 핵심 공약이었던 일반학교 살리기 정책이 사실상 막을 내린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교육감은 꾸준히 국제중 폐지 소신을 밝혀 왔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도 “대규모 입시 비리를 저질러도 평가를 통과하는 것은 대단히 좋지 않은 선례”라면서 “앞으로 특목고와 자사고, 국제중은 입시 비리나 금품수수 등 심각한 비리를 저지르고 설립 목적을 다하지 못해도 재지정 평가를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영훈중을 사실상 ‘봐주기’한 데는 조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으로 최근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미래가 불안정한 가운데 교육부와 마찰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정부경 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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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국제중 지정 취소 2년 유예… 서울외고는 예정대로 취소 강행
입력 2015-05-08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