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 폐교 위기를 넘다] ‘생태 체험교육+체류’ 접목 유학 가고픈 학교로 대변신

입력 2015-05-09 02:43
충북 음성군 청룡초등학교 전경. 학생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했던 이 학교는 다양한 방과후 특성화교육 등을 통해 학생수를 배로 늘려 학교를 되살려 냈다. 충북도교육청 제공
‘아토피 치유학교’로 지정된 팔공산 자락의 대구 서촌초등학교 체육관에서 학생들이 친환경 소재로 만든 옷을 입고 공놀이를 하고 있다.대구시교육청 제공
외국어 특화교육으로 유명한 대구 달성군 가창초등학교 학생들이 원어민 교사에게 영어를 배우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강원도 춘천 송화초등학교 학생들은 마을회관을 개조해 만든 별빛산골교육센터에서 통기타를 배우거나 모내기, 텃밭 가꾸기 등 다양한 자연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송화초등학교 제공
농어촌의 작은 학교에는 대도시의 큰 학교들이 갖지 못한 것들이 많다. 영어수업, 과학실험, 체험학습과 인성교육 등에서는 큰 학교보다 훨씬 이상적인 교육이 가능하다.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려 학생수가 늘어나는 학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이 늘어나면서 문을 닫을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학교가 만든 작은 기적=2009년 전교생이 15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에 놓였던 강원도 춘천 송화초등학교는 6년 만에 전교생이 52명으로 늘었다. 전교생 중 20명이 서울이나 인천, 경기도에서 온 유학생이다. 학교와 연계한 농촌유학센터를 운영하면서 생긴 변화다.

이 학교 학생들은 정규 수업이 끝난 오후에는 마을회관을 개조한 별빛산골교육센터로 모인다. 이곳에서는 교육이나 학습이 아닌 요리와 목공예, 도자, 텃밭 가꾸기를 비롯해 바느질과 뜨개질 등을 배운다.

지역 학생들은 프로그램을 마친 뒤 저녁식사를 하고 각자 집에 돌아간다. 타지에서 유학을 온 학생들은 마을 주민들의 집에서 홈 스테이 방식으로 생활한다.

2010년 문을 연 별빛산골교육센터는 도시의 아이들이 농촌에서 일정기간 생활하며 자연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농촌유학센터다. 유학생들은 1년 정도 센터에 머물면서 모내기와 물고기 잡기, 벼 수확, 김장하기 등 사계절 내내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활동을 체험한다.

도심이 아닌 자연 속에서 자존감과 사회성, 배려심과 인성을 길러준다는 측면에서 학부모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센터 수료생은 34명에 이른다.

이승준(31) 생활교사는 “학생들이 농촌에 머물면서 자유롭게 자연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장점 때문에 학부모님들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면서 “일부 학생들이 2∼3년씩 머물기도 할 만큼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아토피 치유학교’로 유명한 광주 지산초등학교 북분교는 폐교 위기를 극복하고 올해 10년 만에 본교로 승격됐다. 2005년 분교로 격하된 이 학교는 자연생태 체험수업은 물론 아토피 치료교실을 운영하는 등 친환경 학습공간으로 학교를 꾸몄다. 학생들은 울창한 숲 등 2만여㎡의 청정한 환경 속에서 공부하고 있다. 4000㎡의 텃밭에 무와 배추, 감자, 고구마 등을 재배하고 이를 급식재료로 사용한다. 1주일에 1∼2시간 배정된 실과시간에는 생태숲길 걷기와 천연염색, 야생화 관찰 등의 생태체험을 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아토피 증세 완화를 기대하고 전학을 오는 도시 학생들이 늘면서 폐교 위기를 딛고 광주북초교로 승격하게 됐다.

대구 동구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서촌초등학교도 아토피 치유학교 지정으로 다시 살아났다. 도심에서 멀고 주변에 인구가 적었던 이 학교는 2011년 전교생 수가 65명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12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학교는 모든 교실의 앞뒷면에 편백나무 가구장을 시공하고 천장은 친환경 텍스, 바닥은 오크 나무, 좌우 면은 황토 벽돌로 각각 마감했다. 또 칠판을 먼지가 나지 않는 자재로 바꿨으며 책걸상은 친환경 제품으로 교체했다. 그 결과 아토피 등이 호전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입학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전북 임실군 신평면에 있는 대리초등학교는 2009년 전교생이 17명으로 급감하면서 폐교 위기에 놓였으나 교직원과 주민들이 학교 살리기 운동에 나서 큰 성공을 이뤘다. 이들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농촌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각지의 유학생을 초빙해 현재는 학생수가 89명으로 불어났다. 수업에 농촌생활과 자연체험, 생활습관 등을 접목해 도시민의 큰 관심을 끌어냈다.

폐교 직전까지 몰렸던 대구 달성군 가창초등학교는 외국어 특화교육으로 다시 학생들이 찾아오는 학교로 변했다. 가창초는 2012년 학생수가 46명이었다. 외국어 중심의 특성화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최근에는 학생수가 148명까지 늘어났다.

이 학교는 사교육이 필요 없는 학교를 위해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 교육을 강화했다. 외국어 페스티벌과 외국어 캠프를 비롯해 외국 학생과 홈 스테이, 국제교류학습 등 다양하고 특화된 프로그램을 마련해 외국어 접촉 기회를 대폭 늘렸다. 또 영어, 중국어, 한자, 컴퓨터, 바이올린 등 학생에게 반드시 필요한 8개 종목을 선정해 전교생이 입학 후부터 졸업할 때까지 방과후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했다. 도심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가족텃밭 가꾸기, 한마음 가족캠프 등 전원학교의 장점도 잘 활용했다. 제대로 된 외국어 교육이 입소문이 나면서 매월 다양한 지역에서 정원에 두 배가 넘는 학생들이 입학원서를 내고 있다.

충북 음성군 삼성면 청룡초등학교도 폐교 위기를 넘겼다. 2006년 3월까지만 해도 전교생이 48명에 불과했던 이 학교는 10년 만에 2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올해는 신입생 13명을 포함해 전교생이 93명으로 늘었다.

학교는 학생들의 정규수업이 끝난 뒤 기초학력 부진아들을 대상으로 노을이 질 때까지 보충수업을 한 뒤 귀가시키는 ‘노을교실’과 병으로 입원하는 등 수업결손이 많은 어린이들을 위한 병원교실도 운영했다. 또 학원 등의 사교육이 어려운 농촌현실을 감안해 특기적성교육으로 원어민과의 1대 1 화상영어, 피아노, 바이올린, 태권도, 수학·과학탐구, 사물놀이 등 12개 분야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직원들의 이 같은 헌신적인 노력에 공동학구였던 광혜원초교(진천군 광혜원면)나 대소초교(음성군 대소면)로 자녀들을 보내던 학부모들이 감동을 받아 이 학교로 자녀를 보내기 시작했다.

◇뭉쳐야 산다=인근 지역의 작은 학교를 통폐합해 주목을 받는 학교도 있다. 충북에는 2011년 전국 최초로 개교한 속리산중학교와 2013년 문을 연 괴산 오성중학교 등 2곳의 기숙형 중학교가 있다. 오성중학교는 감물, 목도, 장연 3개의 소규모 중학교를 통폐합해 설립됐다. 기존 세 학교는 학생수가 각각 5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로 폐교 위기에 처했었다.

오성중 전교생 141명 중 109명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나머지 32명은 통학을 하고 있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기숙사, 교복 구입, 수학여행 등 모든 교육활동 비용이 무료다. 충주·제천·단양·영동에도 기숙형 중학교 설립이 추진된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8일 “작은 학교만이 가진 특색 있는 교육과정과 선생님들의 일관된 교육철학이 학생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한 소규모 학교에 작은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전국종합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