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살리는 작은 학교들] 폐교, 애물단지? 보물단지!

입력 2015-05-09 02:12

폐교, 더 이상 애물단지가 아니다. 한때 청소년들의 우범지대로 전락했던 폐교가 최근 공기가 맑고 자연이 아름다운 시골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보물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인구가 적어 침체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관광 명소가 된 곳이 전국에 수두룩하다. 농촌의 새로운 관광 및 생활 자원이 된 것이다.

폐교는 보통 임대하거나 매각된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건물을 팔면 더 이상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매각을 선호하는 편이다.

8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폐교 3595곳 중 매각이 완료된 학교는 2195곳(61.1%)이다. 이들 학교는 교육시설(267곳), 사회복지시설(59곳), 문화시설(84곳), 공공체육시설(84곳), 소득증대시설(201곳)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직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된 폐교도 401곳에 달한다.

충북 옥천에 있는 예곡예술학교는 폐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2009년 문을 열었다. 입학생이 없어 1995년에 문을 닫은 청산초등학교 예곡분교 건물은 군이 임차해 예술교육 체험학교로 조성했다. 마을 주민들은 군의 지원을 받아 이곳에 펜션, 산책로, 강의실 등을 꾸몄다. 폐교로 방치된 초등학교는 농촌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1991년 폐교된 충북 영동군 용화면 자계초등학교는 공연과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예술촌으로 새롭게 탈바꿈됐다. 이곳에는 대전과 충청권 예술인들이 모여 각종 공연과 창작활동을 하면서 주민들에게 연극, 탈춤, 풍물 등을 강습하고 있다.

또 1999년 문을 닫은 충북 제천시 봉양읍 봉양초등학교 봉남분교는 ‘제천예술인마을문화학교’가 들어서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도예, 회화, 공예, 사진, 토우, 풍물 등을 가르치고 있다. 최대 2000명을 수용하는 이곳은 2002년 문화관광부의 ‘문화학교’로 지정된 뒤 여러 지역에서 수강생이 몰려들고 있다.

폐교된 충북 단양군 단성면 당천초등학교 두향분교에는 토종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을 수 있는 자연학습장이 들어서 청소년들의 환경교육장으로 각광받고 있고, 충북 보은군 내북면 내북초등학교 이식분교에는 어린이 자연학습장이 들어섰다.

강원도 평창의 산촌 학교인 노산분교는 1999년 폐교된 지 6년 만에 ‘감자꽃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김덕수 사물놀이패 기획실장을 맡았던 이선철(49) 감자꽃스튜디오 대표가 2002년 평창읍 이곡리 노산분교를 임차해 폐교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수년간 마을 흉물로 전락했던 폐교가 다목적 소공연장과 작은 도서관, 공부방 등으로 꾸며져 지금은 지역에 문화와 예술을 전하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전북 부안군 줄포면에 있는 옛 대수초등학교 부지는 한지 체험장으로 거듭났다. 인근 5개 초등학교 학생들은 2013년 운동장에 닥나무를 심고 키우고 새로 단장된 교실에서 한지 만드는 방법 등을 배우고 있다. 전북 남원시 주천면에 있는 주천분교는 최근 생태체험교육장으로 탈바꿈했다. 남원교육지원청은 이 학교 부지 9900여㎡를 학부모와 학생들을 위한 주말농장으로 고쳐 모두 53가구에 분양했다. 이들 지역을 찾은 관광객들은 작은 옛 학교 건물에서 추억에 잠기고 있다.

청주=홍성헌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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