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영등포동주민센터 앞.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싱크홀(땅꺼짐)의 주원인인 노후 하수관로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의원들과 중앙정부, 서울시 및 자치구 관계자들이 합동으로 첫 현장점검에 나섰다.
점검을 위해 미리 잘라놓은 도로 위 1m 길이의 구멍 사이로 코를 찌를 듯한 역한 냄새가 풍겨져 나왔다. 하얀 마스크와 장갑, 안전모, 방수용 장화로 갈아입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윤성규 환경부 장관, 김영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등이 2m 길이의 사다리를 타고 하수박스로 직접 들어갔다. 1983년 설치돼 30년이 지난 탓인지 철근콘크리트 하수관 곳곳에는 부식된 철근이 눈에 띄었다. 양옆의 콘크리트는 흉물스럽게 벗겨져 있었고 천장은 먼지로 가득했다. 박 시장이 망치로 벽을 ‘쿵’ 내리치자 콘크리트 조각이 물 속으로 ‘툭’ 떨어져 내렸다.
이채규 한국구조물안전연구원 대표이사는 “콘크리트가 완전히 노후돼 철근을 보호하는 기능을 상실했다”며 “가장 많이 걱정되는 것은 3m마다 이음부가 있는데 이 부분이 오래돼서 빠져버리니까 물이 지반으로 들어가 함몰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삼성중앙역 옆 지반에 함몰이 생긴 것도 같은 원인이었다.
현재 서울시 하수관로 1만392㎞ 중 30년 이상 된 하수도는 약 5000㎞로 전체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50년 이상 된 하수관거도 30%에 이른다. 따라서 노후화된 하수관로 교체가 시급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교체 공사는 더디기만 하다. 서울시는 50년 이상 된 하수관로 중 공동(空洞) 발생지역 및 충적층에 위치한 932㎞를 2018년까지 우선 정비할 예정이다. 여기에 필요한 약 1조원 중 시가 6000억원을 자체 부담하고 나머지 4000억원은 국비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도쿄도의 경우 우리보다 재정자립도가 훨씬 높은데도 중앙정부가 1년에 하수관거 개선에 약 5000억원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윤 장관은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긴밀하게 협조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재중 박세환 기자 jjkim@kmib.co.kr
망치로 ‘쿵’ 치니 콘크리트 조각 ‘툭’… 서울시-국회-정부, 싱크홀 주범 노후하수관 첫 합동 점검
입력 2015-05-08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