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금호산업이 다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품에 안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7일 오후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에서 실무회의를 열고 박 회장과 개별협상을 추진하는 안건을 부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마감된 본입찰에는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지만 채권단은 운영위원회에서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입찰액 6007억원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로서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금호산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판단이었다.
채권단은 전체회의에서 본입찰 유찰을 확정한 뒤 원점으로 돌아간 금호산업 지분 매각의 방향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박 회장에게 직접 매수 기회를 주는 수의계약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예 재입찰 절차에 들어가는 안도 논의됐지만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고, 흥행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박 회장과 수의계약을 진행할 시 프리미엄을 포함해 주당 6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으로 사들일 경영권 지분(지분율 50%+1주)으로 환산하면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다만 박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 등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해 7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제시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 회장의 자금력은 7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의계약은 채권단과 박 회장 측이 다음 달 먼저 회계법인 두 곳을 선택해 금호산업의 가치를 산정하고, 이렇게 나온 기업 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으로 협상을 진행한다. 특히 금호산업의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이 협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그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은 대형 M&A 경험이 풍부한 미래에셋 측에 금호산업 매각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박삼구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광주제일고 선후배 사이로 돈독한 관계라는 점에서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성열 기자
금호산업 다시 박삼구 품으로?… 채권단, 재입찰 없이 朴 회장과 개별 협상
입력 2015-05-08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