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표가 ‘보증’까지 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위기에 놓였다. 4·29 재·보궐선거 참패로 당 지도부 내에서 불협화음이 들려오는 가운데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당의 노선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재보선 ‘전패’에 이어 문 대표가 직접 서명한 공무원연금 개혁까지 ‘불발’되자 지도부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문 대표의 당 운영이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7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에서 실패한 정무적 판단력을 가진 인사들이 문 대표를 보좌하고 있다면 대표를 성공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며 이른바 대표의 ‘비선라인’ 정리를 요구했다. 그는 지난 4일 문 대표의 광주행에 대해서도 “정무적 판단에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며 “이런 결정이 어디서 이뤄지는지 분명히 찾아 바로잡지 않으면 실패가 반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도부의 한 핵심 의원도 “대표의 당 운영과 관련해 수차례 지적했지만 개선되는 것 같지 않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문 대표 측은 비선라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달게 받겠지만 없는 것을 있다고 하니 답답하다”며 “비선라인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 불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대여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여권과 각을 세우면서 내부 분란을 수습하려는 시도다.
새정치연합 소속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위원들도 일제히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며 보조를 맞췄다. 김성주 의원은 “초유의 민주주의 성공 사례가 청와대의 몽니, 친박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성토했고, 김용익 의원도 “유일무이한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새정치연합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건의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지도부의 결정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표출되고 있다. 대표가 직접 서명한 합의를 실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협상력 부재에 대한 진솔한 사과 없이 청와대와 여당만 비난한다면 어느 국민이 이해하겠느냐”고 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전날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 공적연금 강화 문제를 연계한 지도부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도 했다. 문 대표의 리더십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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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08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