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남태희(24·레퀴야)가 경기장에서 폭행을 당했습니다. 선수끼리 공을 다투는 과정에서 벌어진 충돌이 아닙니다. 형사 처벌도 고려할 만한 폭력이었죠. 수준 낮은 폭행사건이 벌어진 대회는 아시아 클럽축구 최고 권위를 가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입니다.
남태희는 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 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알 나스르(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A조 최종 6차전에서 소속팀 레퀴야(카타르)의 3대 1 완승을 이끌었습니다.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고 페널티킥까지 유도했죠. 의심의 여지가 없는 승리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레퀴야는 A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습니다. 반면 이 경기에서 이겨야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알 나스르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래서 이성을 잃은 걸까요. 알 나스르의 파비안 에스토야노프(32·우루과이)가 남태희에게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에스토야노프는 라커룸으로 들어가기 위해 출입문에 들어선 남태희를 뒤쫓았습니다. 상의를 벗고 걸음의 속도를 높이면서 다가가 주먹으로 남태희의 머리를 가격했습니다. 그리고 남태희를 벽으로 몰아놓고 주먹을 퍼부었습니다. 남태희보다 여섯 살이나 많은 베테랑 프로선수라고 볼 수 없을 만큼 황당한 행동이었죠.
레퀴야의 미카엘 라우드롭(51·덴마크) 감독과 진행요원들이 폭행을 저지했습니다. 남태희는 반격하지 않고 얼굴을 감싼 채 출입문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에스토야노프는 남태희를 왜 때렸을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남태희가 먼저 도발하지도 않았으니 황당할 뿐이죠. 패배에 대한 화풀이로만 추정됩니다. 알 나스르는 징계 조치로 에스토야노프의 올 시즌 잔여 연봉에서 50%를 삭감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축구팬들은 분노했습니다. SNS에는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일부 축구팬들은 에스토야노프의 트위터로 몰려가 직접 항의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 차원의 항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아시아권 대회에서 우리 선수에게 휘둘러진 폭력은 올해에만 두 번째입니다. 지난 2월 태국 킹스컵에서는 심상민(22·서울)이 우즈베키스탄 선수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남태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폭행을 당할 때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이 시작됐습니다. 수준 높은 경기로 세계 축구팬들의 박수가 쏟아졌죠.
한 축구팬은 두 대륙의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유럽은 챔피언스리그를 했고 아시아는 ‘창피한스리그’를 했다.” 아시아 축구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잘 뛴 남태희에 난데없는 주먹 세례… “아시아 창피한스리그” 네티즌 분통
입력 2015-05-08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