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수입차에 밀리고 SUV에 치이고… 고전하는 국산 세단

입력 2015-05-08 02:47

모닝 아반떼 K5 그랜저 에쿠스 등 전통 국산 세단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대형 고급 세단은 수입차에 밀리고, 중소형 세단은 SUV에 치이는 형편이다. 수십년간 가족용 차량으로 사랑받아온 국산 세단의 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 1∼4월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판매실적을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과 비교하면 세단의 위기 징후가 뚜렷하다. 완성차 5개사의 1∼4월 승용차 판매량은 23만391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5% 감소했다. 승용차 시장에서 세단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4월 68.2%에서 올 1∼4월 60.1%로 8.1% 포인트 떨어졌다.

현대차는 쏘나타와 아반떼, i40 정도만이 0∼3.4%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세단들은 판매율이 하락했다. 그랜저는 10.4%, 제네시스는 10.5%, 에쿠는 28.1%의 판매 하락을 기록했다. 기아차 세단의 성적표는 더 심각하다. 모닝 레이 프라이드 K3 K5 K9 등 세단 전 라인업이 마이너스 판매율을 보였다. 한국지엠은 스파크 아베오 알페온 판매가 감소한 탓에 전체 세단 판매량은 9.2% 떨어졌다. 르노삼성차만이 신형 SM5의 판매 호조로 전체 세단 판매량이 5.7% 증가했다.

반면 SUV 판매량은 늘었다. 현대·기아차의 1∼4월 판매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한 데 그친 가장 큰 이유는 신형 투싼과 쏘렌토 등 SUV 판매가 증가한 때문이다. 실제 1∼4월 국내 완성차 5개사 SUV 내수 판매량은 15만5061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7% 증가했다. 승용차 시장(세단+SUV)에서 SUV 비중도 31.8%에서 39.9%로 늘었다. 반면 수입SUV의 경우 전체 수입 승용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23.6%로 2013년 22.2%에 비해 큰 차이가 없었고, 올 1분기 수입 SUV가 수입 승용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였다. 업계 관계자는 7일 “수입차와 국산 SUV가 국산 세단 시장을 잠식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며 “다만 국산 세단 모델들이 대부분 출시된 지 오래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현대·기아차 등은 하반기부터 주력 세단들의 완전변경모델 출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