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개 구단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두산 베어스에 있었던 잭 루츠가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짐을 쌌고 6일 한화 이글스의 나이저 모건까지 퇴출됐다.
외국인 선수 2명이 잇따라 팀을 떠나면서 성적이 부진한 외국인 선수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다음 순서는 자신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외국인 교체가 가장 시급한 팀은 신생팀 kt 위즈다.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는 kt로선 앤드류 시스코와 필 어윈 등 두 외국인 투수의 부진을 두고 볼 여유가 없다. 시스코는 9경기에서 승리 없이 5패만 안았다. 제구력이 엉망이라 반등의 가능성마저 없어 보인다. 개막전 선발투수였던 어윈도 5경기에서 3패만 기록했다. kt는 투수 2명을 내놓는 대신 침묵하고 있는 타선을 살려줄 외국인 타자 수혈을 바라고 있다. 외국인 타자 앤디 마르테가 지난 5일 2군에서 돌아오자마자 이틀 연속 불방망이를 휘두르면서 이 같은 구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2군에 있는 넥센 히어로즈의 브래드 스나이더와 LG 트윈스의 잭 한나한도 입지가 불안해졌다.
LG는 한나한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614경기를 치른 한나한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추신수와 함께 뛴 선수로 유명하다. LG는 한나한이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팔방미인형 선수가 될 것으로 봤다. 연봉도 100만 달러(10억8900만원)로 올 시즌 계약한 외국인 선수 중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을 줬다. 그러나 종아리 부상을 이유로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때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0개 구단 전체 외국인 선수 31명 중 유일하게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현재 2군 경기에도 나서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거액을 투자한 선수라 쉽게 버릴 수도 없다. LG는 한나한을 7일 1군 엔트리에 포함시키고 일단 기회를 주기로 했다.
넥센도 스나이더에게 한 달 간의 여유를 주기로 했다. SK 와이번스 앤드류 브라운이 초반 부진을 딛고 살아난 선례가 있기 때문에 넥센도 스나이더가 스스로 부진의 원인을 찾아 반등할 것이라는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스나이더는 지난해 LG 유니폼을 입고 포스트시즌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올해 넥센으로 둥지를 옮긴 뒤로는 17경기에 나와 9안타에 타율 0.184, 8타점에 머물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서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박병호를 중심으로 고종욱, 윤석민 등이 스나이더 없이 활발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어 당장 급하지는 않다.
KIA 타이거즈도 외국인 투수 필립 험버와 조쉬 스틴슨의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NC 다이노스는 찰리 쉬렉이 4월 내내 부진해 속을 끓였다.
그나마 현재로선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정도가 외국인 선수의 퇴출 고민이 없는 상황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프로야구, 몸값 못하는 용병… 나 떨고 있니
입력 2015-05-08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