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불법 적발 하랬더니… 뒷돈 받고 위법 묵인한 특별검사원

입력 2015-05-08 02:39
건축물 인허가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특별검사원 제도가 되레 비리로 얼룩졌다. 특별검사원 100명이 금품수수 혐의로 한꺼번에 적발됐다. 특별검사원과 건축사 단체, 건축사들 간의 조직적인 유착관계도 처음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축물 사용승인을 위한 현장조사 때 위법사항을 묵인해 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및 배임수재 등)로 특별검사원 이모(54)씨를 구속하고 9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이씨를 포함해 특별검사원 100명은 2009년 1월 13일부터 지난해 7월 30일까지 건축물 현장조사에서 245차례에 걸쳐 1억641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22일 서울 대치동에 있는 신축 건물의 특별검사원으로 지정됐다. 경찰 조사 결과 ‘계단 난간 높이 부족’ 등 5가지 위법사항을 묵인해주고 현금 1600만원과 10만원권 상품권 1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법사항이지만 이씨는 이를 눈감아줬다. 500만원을 들고 찾아온 건축주에게 로비 금액이 적다며 돌려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검사원은 1999년 서울시에서 도입했다. 건축물 사용승인을 위한 현장조사를 해당 건축물의 설계자와 감리자가 하는 탓에 건축주, 관리자, 시공자가 서로 위법사항을 묵인해주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부조리 차단을 위해 특별검사원 순환 지정, 현장조사 전 건축 관계자에게 특별검사원 신상정보 공개 금지 등의 원칙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모두 허울뿐이었다. 경찰은 각 건축물에 배정된 특별검사원의 신상정보를 알려주는 대가로 259차례에 걸쳐 2억5480만원을 받은 서울시건축사회 직원 곽모(57)씨와 특별검사원 등에게 뇌물을 준 건축사 김모(52)씨 등 51명도 함께 입건했다.

경찰은 특별검사원이 위법사항을 적발해 구청에 통보했는데도 구청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고 이를 눈감아줬을 가능성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